일반적으로 석유(Petroleum 또는 Oil)는 천연적으로 산출되는 액체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이것을 화학적 구조로 보면, 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조합된 무수한 화합물의 혼합체이다. 이 석유를 천연적으로 산출된 것과 이를 정제한 것으로 구별한다면, 전자를 원유(原油, Crude Oil)라 하고, 후자를 석유제품(Petroleum Products)이라 한다. 석유제품은 용도에 따라 LPG(액화석유가스), 나프타,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으로 분류된다.
처음 석유가 등장하였을 때는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된 등유였고, 난방 및 취사용으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상당기간 동안 등유가 석유제품의 주종이었기 때문에 등유를 석유로 총칭하기도 하였다. 40여 년 전만 해도 가정마다 취사용으로 석유곤로를 사용하였으며, 주택가에는 ‘석유와 얼음’을 파는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등유였던 셈이다. 이후 석유는 내연기관을 위한 수송용 연료로서 그리고 석유화학공업의 원료로서 역할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그 용도에 맞게 휘발유, 경유, 항공유, 나프타 등 여러 종류로 세분화되었다.
이처럼 석유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연료는 물론 각종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소재를 제공하는 등 의식주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과거 명주, 삼베 옷감 등 천연섬유 소제에서 석유를 원료로한 나일론 합성섬유는 편리함과 제작의 용이성을 가져다 주었다. 이제는 우리의 생활에 흔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화학섬유로 된 스타킹을 처음 대하고 신기해하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과거에 사용한 지퍼는 알루미늄이나 놋쇠로 가공한 금속제 지퍼로서 세탁과정에서 변형되었으며, 지퍼를 열고 닫을 때 마찰로 인해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한 금속 분말이 발생되고, 오랜 기간 사용에 의해 지퍼가 마모되곤 하였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아세탈 수지, 폴리부틸렌 프탈레이트 같은 것이 사용되면서 지퍼는 이러한 단점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금속제를 대체하는 신소재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과거에 힘들게 주물해서 성형해야 하는 금속주물공정을 대체하였다. 또한 금속용 재료에서의 문제점인 녹이 스는 것, 마찰 마모에 의한 소음, 가공 시 폐수 발생 등이 방지 내지 감소되고 경량화됨으로써 우리의 환경은 오히려 덜 오염되었다.
1897년 최초로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는 자연에서 어렵게 얻어지는 천연의약품에 의해 병을 치료해야 했다. 화장품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20세기에 들어서서 획기적으로 발전한 석유화학 산업은 누구나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또한, 윤활유라는 것을 석유로부터 얻지 못했다면, 자동차의 엔진 마찰 등을 해소시키지 못해서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물학적인 재료를 통해서도 물론 가능하기는 할 것이기는 하지만 대규모 소비량에 과연 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의 산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게 되고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도 자연 생태계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는 물질을 인공합성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석유의 무한한 변신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20세기 후반들어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세라믹 등 신소재의 개발이 속속 이루어지자 “플라스틱 시대는 끝난다”라는 성급한 예견이 나오기도 했다. 가공이 쉽고, 가벼우며, 값이 싼 장점이 있지만 불에 타기 쉽고, 분해가 잘되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강도가 약하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이러한 예견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기능성 고분자로 표현되는 각종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플라스틱의 쓰임이 더욱 광범위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도성 플라스틱’, 이것은 이미 플라스틱 배터리와 플라스틱 콘덴서 등으로 응용되고 있다. 또한 듀폰이 개발한 ‘케블라 섬유’ 그리고 국내에서 개발된 ‘아라미드 섬유’ 처럼 철사보다도 훨씬 인장강도가 뛰어난 플라스틱 섬유도 등장하고 있다. 이 밖에 박막 형태로 만들어 표면을 종이처럼 가공한 ‘플라스틱 종이’, 목재의 비중인 0.7~0.9에 맞춘 ‘발포수지’, 또한 생분해 •광분해성 성분을 섞지 않아도 일정 조건이 부여되면 분해되는 ‘차세대 플라스틱’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석유화학이 만든 플라스틱과 화학섬유가 오히려 지구상의 동식물 등 자연생태계를 보존시키는 일등공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