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매일경제신문 기고】
고유가시대, 근본대책 마련해야
-자주개발원유 확대, 유류세 인하 등 장단기 대책 병행 필요-
安 棅 遠
(대한석유협회 회장)
고유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유가는 중동의 정정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에너지블랙홀’ 중국을 위시한 세계 석유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불안 우려에서 야기되었고 여기에 이라크의 석유생산시설 테러에 의한 수출물량 감소, 베네수엘라 정정불안, 러시아 유코스사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급등세가 한 풀 꺽인 후 다소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사우디 등 주요 석유공급국에 대한 테러 우려 지속, OPEC의 생산여력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BRICs 등 신흥공업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 지속으로 고유가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용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에너지사용량의 47.6%를 석유가 차지하고 있다. ’94년을 정점으로 석유의존도가 감소하고는 있지만 향후에도 주종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용 석유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면서 석유수입 세계 3위, 석유소비 세계 7위에 이르는 에너지다소비국이다. 이처럼 에너지 다소비국이면서 높은 해외의존도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고유가에 가장 취약하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5달러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은 0.3%p 낮아지고 물가는 0.5%p 오르며 경상수지는 60억달러가 감소한다. 이미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8% 상승하며 ’01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바, 고유가가 주원인으로 해석된다. 고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위기는 국민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강대국의 석유확보전쟁이 가속화되면서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인 석유확보 전략이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석유소비국으로 오른 중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도처에서 긴장을 유발하면서 성장동력인 석유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에너지기본법 제정, 대통령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 등 자원확보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원확보를 외교, 안보차원의 국가적 과제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조치라 생각한다.
상시적인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여 중장기 대책으로서 에너지효율 개선과 석유자급률 제고를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절약도 생산이라는 인식 하에 전국가적 에너지절약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석유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 비전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2010년까지 자주원유개발비율을 10%(일본 11%)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의 실천을 위해 세제·금융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업 및 국민부담 경감과 소비진작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처방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휘발유가격 중 세금비중은 약 64%로 OECD 평균(59.4%)보다 높은 수준이며 GNI(국민총소득) 기준 세계 최고수준(한국 100일 경우, 미국 13.7, 일본 32.3, 영국 53.5)이다. 휘발유 교통세를 150원 인하해 총 세금 부담을 일본 수준으로 낮추게 되면 국민 전체적으로 약 2조원, 차량당 26만원 가량의 국민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03년 현재 매출액 40조원으로 GDP중 5.6%를 차지하고 석유류 세수는 총 21조 1천억원에 달해 국방예산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중화학공업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밑바탕에는 소비지정제주의를 기조로 한 석유의 안정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석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국가경제의 지속성장과 안보를 담보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처럼 우리나라도 원유관세를 무세화하는 정책전환이 요구되며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시설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