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경유세 인상 신중해야
권용주 국민대학교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2020년 10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경유차는 모두 999만1,792대로 전체 등록된 2,425만대의 41.2%에 달할 만큼 비중이 높다(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 유형별로는 승용(SUV 포함)이 586만대로 가장 많고 화물 또한 335만대로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 승합(66만대)과 특수차(10만대)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목한 부문은 586만대에 달하는 경유 승용차로 이들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경유세 인상 방안을 권고했다. 현재 100:88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를 100:95 또는 100:100에 맞추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경유차 보유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해 구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그 결과로 경유차가 줄면 수송 부문에서 3년간 초미세먼지(PM2.5)는 147톤(1.5%), 질소산화물(NOx)은 9,299톤(2.1%)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시장이 받을 충격이다. 분명 환경 측면에서 배출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지만 경유세를 높였을 때 받을 국민적 부담 또한 적지 않아서다. 특히 승용차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335만대의 화물차도 운행 비용이 올라 물가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경유세가 오르면 그만큼 비용을 보전받는 유가보조금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지급 대상 화물차가 2017년 기준 40만대에 불과해 나머지 295만대는 여파를 그대로 감내해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이 점을 고려해 경유세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 확대와 새로운 지원 제도 마련을 내걸었지만 40만대에 지급되는 연간 유가보조금만 2017년 기준으로 1조7,700억원에 달하는 게 부담이다.
또 한가지 고려할 사항은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가 ‘100:100’으로 같다고 했을 때 실질적으로 경유 승용차의 비중이 낮아질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에 대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17년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최소 0.1%에서 최대 2.8% 감축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반면 경유 세금은 최소 5,180억원에서 최대 18조1,53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경유세 인상 제안은 경유 운행자로부터 추가 세금을 거둬 친환경차 구매 및 보급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유지하려면 어디선가 필요한 비용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경유’라는 연료에 부과해 오염자부담원칙을 준용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오염자부담원칙이 적용되려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도 충분히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유차에 과세하면 그만큼 구입 부담이 커져 경유세를 올리는 것처럼 구매력을 낮출 수 있어서다. 동시에 친환경차 구매는 비용이 많이 드는 보조금보다 운행 상의 혜택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친환경차 보급 확대의 가장 손쉬운(?) 방법인 보조금 지급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어디선가 충당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만큼 보조금 효과를 운행의 혜택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대표적으로 공영주차장 무료,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 등이 이뤄지면 굳이 비용만으로 수송 부문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유의 세금 인상은 환경개선과 국민 부담 최소화라는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둘은 대척 관계에 있어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반대편은 기울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유차는 현재 보유자들의 운행 부담을 늘리지 않되 구매 장벽을 높이고, 친환경차 보급은 보조금을 줄이되 운행 상의 혜택 확대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침 국회에 친환경차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2016년 버스업계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던 제도지만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다시 테이블에 올라왔다. 국민들의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되 제도적으로 친환경차를 확대할 수 있다면 그것부터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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