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석유산업경쟁력과 21세기 우리의 미래
-국가에너지안보와 국가경쟁력 확보위해 원유무관세 법제화는 필수-
安 棅 遠 대한석유협회장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현실과 미래가 불안하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특징지었던 고유의 경쟁력이 상실되어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경쟁력회복은 우리 민족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최근 국제정세는 석유자원의 무기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선점하려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라크전쟁과 미국-유럽의 대립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유전의 에너지확보를 위한 미국•러시아•중국•일본간의 치열한 외교전은 각국의 향후 국가운영과 패권경쟁에서 비롯되고 있고 그 중심에 석유가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석유라는 자원의 유한성과 상업적 대체재의 부재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석유확보 여부는 한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결정하는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을 의미한다. 석유가채매장량이 2008년경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등 갈수록 석유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로서는 그 대책이 더욱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석유정책과 비전이 21세기에 국가의 번영과 후손의 미래를 담보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석유산업과 관련하여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소비지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자국에서 소비하는 석유는 자국에서 정제•생산하여 에너지안보와 경쟁력강화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그것은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기하고 국내수요구조와 품질규격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韓非子의 ‘遠水不救近火’(멀리있는 물로는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라는 구절이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지정제주의는 또한 무역수지 개선효과와 고용증대 등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욱이 에너지집약적 장치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분단국인 우리나라로서 소비지정제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명제가 될 것이며, 이를 강화하는 정책을 통하여 세계주요국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아직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사용량중 석유에 약 50%를 의존하고 있으나 사용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와야하는 태생적 자원빈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원유도입 세계3위, 정제능력 세계5위, 석유소비 세계6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다소비국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11위권의 무역국가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한 국내 석유산업은 ‘02년 현재 매출액 39조원으로 GDP중 6.5%를 차지하고 석유류세수는 국방비예산을 초과하는 17조9천억원을 담세하였고 석유수입부과금 포함시 총 국세중 약 20%에 달하고 있다. 석유가 국방비를 조달하고 재정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석유가 현대생활의 편익성뿐만이 아니라 공익성까지 담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석유는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우리나라는 7억9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국내 기름값은 0.7%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1% 떨어진다. 생산원가와 물가는 0.3%와 0.17%씩 오른다. 무역수지 뿐만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석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주요 이유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산업과 국민생활의 발전 및 국제적위상의 이면에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의 경쟁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우리경제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21세기 초입에서 다시금 주목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석유산업 경쟁력과 관련된 국내외 환경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석유자체에 대한 고갈의 문제가 현실화 되고 석유와 관련된 국제분쟁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석유확보전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현재 2.7%에 불과한 자주개발비율을 끌어 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1997년 석유산업 개방화•자유화이후 후속조치 미비로 정유사와 수입사간 공정경쟁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불과 5년만에 수입제품에 10% 가까운 시장을 내주게 되었다. 또한 IMF위기 이후 국내 석유수요가 감소•정체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높은 세금구조에 기인한 가짜휘발유의 범람으로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국가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온 정유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업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자리잡고 있는 듯 하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정유업계의 최근 몇 년간 경영실적을 보면 2000년과 2001년 연속 각각 4,792억, 5,564억원 등 1조여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3,168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던 2002년에도 영업과 무관한 환차익과 지분법 평가이익을 차감할 경우 실질적인 영업이익규모는 오히려 2,323억원의 적자를 시현하여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거의 바닥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유업계도 이를 타개하고자 외자유치•유통부문 슬림화•자산매각•인력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기울여 왔으나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현재 완전 경쟁시장하에서 국내석유산업 내부에도 문제가 있겠으나 국가적인 석유정책의 미비와 비전 부재에도 큰 원인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정유업계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인식으로 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동안 정부 및 각계 요로에 건의와 호소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는 ‘83년 이후 지속되어온 고율의 원유관세(5%)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할당관세(3%) 형식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시행하였으나 국제기준 및 국내조세체계와는 아직도 거리가 있다. OECD 30개중 26개국이 무관세를 채택하고 있고 국내 다른 원자재(0~2%)의 조세운영과 비교해 볼 때 소비지정제주의를 강화하고 에너지안보와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원유무관세 법제화는 필수조건이다. 원유무관세는 또한 국민부담해소와 무역수지 개선으로 연결된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원유관세 무세화는 소비자물가 0.05% 하락, 무역수지 약 4억9천만달러 개선, 경제성장률 0.1% 상승 등 무역수지 개선과 국민생활 향상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기할 수 있다. 또한 원유무관세와 더불어 원유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도 추가로 인하해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석유유통시장을 어지럽히는 유사휘발유 및 대체에너지에 대한 법적 미비점을 정비하고 단속을 강화해서 건전한 유통시장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석유자원 확보와 석유산업 경쟁력 여부는 이제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결정하는 21세기 국가생존의 필수요건이 되었다. 최근 석유자원이 무기화되고 있는 냉엄한 국제현실을 감안한다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내부적인 정책미비점을 하루 속히 보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원유무관세 법제화 등 국내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의 시행은 어느 때 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핵심 기간산업인 석유산업이 건전하게 육성 발전되어 21세기에도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고 국민소득 2만불시대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최고 입법기관인 국회와 정부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