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상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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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별소비세는 부가가치세를 보완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1977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것은 한국세제사의 한 획을 긋는 개혁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렇지만 부가가치세는 일반 상품에 대해 가격의 10%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소득에 대해 역진적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를 보완하여 소비세제의 재분배효과를 높이고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성을 교정하는 목적으로 도입한 세금이 특별소비세, 바로 지금의 개별소비세이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는 주로 사치재에 해당하는 고가품이나 사치성·사행성 소비에 대해 과세되며,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부과되고 있다.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화석연료의 경우, 과거에는 사치재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고 과세한 측면도 있었으나, 지금은 연료의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라는 외부성을 가격에 내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세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사항은 바로 개별소비세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활동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별소비세의 과세대상 중 보석류가 포함되어 있는데 보석 중 공업용 다이아몬드나 가공하지 아니한 원석 및 나석은 제외된다(「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2항). 여기에서 예외적인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료로 사용되는 중유이다. 중유는 연소시설의 연료(소비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투입되는 원료(원자재)로도 사용된다. 중유가 소비재로 판매되는 경우 개별소비세를 과세하는 것은 다른 석유 제품들과 같은 조건이며 개별소비세의 취지에도 잘 부합한다. 그렇지만 중유가 원료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원자재이기 때문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이 어색하다. 특히, 의료용·의약품 제조용·비료 제조용·농약 제조용 또는 석유화학공업용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주고 있어 더욱 대비된다(「개별소비세법」 제18조 제1항).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중유를 원료로 하여 만든 석유제품이 개별소비세 대상인 경우에는 중유에 부과한 개별소비세를 환급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종 석유제품(내수용)이 항공유, 나프타와 같이 개별소비세 대상이 아닌 경우에만 원료인 중유에 과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우회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명료한 과세체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개별소비세는 말 그대로 소비재에 대한 소비행위에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료는 원자재이지 소비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조사에 따르면 66개 주요국 중 중유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27개국이다(한국조세정책학회, 2020). 이 중 원료인 중유에까지 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유가 석유정제공정의 원료로 사용될 경우 면세해 주고 있어 원료인 중유에 실질적으로 소비세를 과세하는 나라는 66개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더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중유를 수출품과 개별소비세 과세 품목을 만드는 데에 사용한 경우, 원료용 중유에 과세한 개별소비세를 환급해 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원료용 중유 과세 및 환급구조에서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 석유제품의 국내 유통분에 대해서만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를 가진다([그림 I] 참조). 따라서 중유를 원료로 한 항공유나 나프타를 각국에서 동일한 원가로 생산할 경우, 우리나라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수입품이 국산품에 비해 개별소비세 비과세된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는 역차별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원료에만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에서는 2021년과 2022년의 2년 동안 석유제품 생산공정용 원료로 사용하는 중유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준 바 있다(「조세특례제한법」 제111조의6). 코로나19로 정제마진이 하락하여 어려움을 겪는 정유업계의 생산비용 절감 노력을 지원하는 취지에서였다. 산업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원유를 두고 왜 중유를 원료로 사용할까? 이는 중유가 원유보다 가격이 10~20%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유를 전부 수입하기 때문에 산유국들과 비교할 때 원가에서 경쟁력을 맞추기 위해 정유업체들이 원유를 사용하는 기본정제공정뿐 아니라 중유를 원료로 쓰는 고도화공정을 함께 활용한다(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2021). 업계에서도 원료인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면제된다면 수입품들 대비 가격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교정기능상으로도 원료용 중유를 연료용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석유제품은 주로 연소시설에서 연료로 사용될 때 온실가스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석유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배관에서 누출되거나 저장시설 등에서 증발하는 탈루 배출만이 온실가스 배출활동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이 탈루 배출도 원유를 생산하고 수송하는 단계에서 원유에 함유된 메탄이 배출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 [별표 3], [별표 6]). 국가 승인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살펴보더라도 연료연소용 중유는 배출계수가 제시(B-A유: 20.440, B-B유: 20.900, B-C유: 21.249)되어 있지만 원료용 중유는 별도로 배출계수를 다루지 않는다. 즉, 같은 중유라 하더라도 연료로 사용되느냐 원료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에서의 영향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중유에 대하여 용도를 불문하고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환경오염 등의 외부효과를 내재화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 항공유나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에서 발생하는 외부비용을 내재화하려는 것이라면 원료인 중유에 과세할 것이 아니라 항공유나 나프타 그 자체에 과세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국산품이나 수입품의 구별 없이 동일한 석유제품에 동등하게 동일한 비용을 부과하는 효과가 된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제품만 과세되고 외국에서 생산된 수입품은 비과세된다. 석유제품의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비용은 생산지에 무관하게 발생하기에 생산지국에 따라 과세와 비과세가 나뉘는 현재의 구조는 항공유나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에 의해 발생하는 외부효과를 교정한다는 논리로도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개별소비세를 원자재인 중유에 부과하는 것은 소비활동에 과세하는 개별소비세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과세하지 않다 보니 석유산업의 관점에서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에서 국산품 대비 수입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역차별적 요소가 있다. 외부효과를 내재화하는 교정적인 기능의 입장에서 보아도 원료일 때와 연료일 때에 오염물질 배출량이 명백히 다르며,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 항공유나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효과도 보편적이지 않고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세제의 명료성을 높이고 왜곡된 국내 산업의 가격경쟁 구조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원료용중유|개별소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