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정보자료실

전문가칼럼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 현황, 필요성, 그리고 과제들
  • 작성일2024/12/19 11:08
  • 조회 227
ICON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 현황, 필요성, 그리고 과제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허성윤 교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송 부문의 에너지 전환(주로 전기화)이 진행 중이다. 이에 많은 국가들은 융복합 산업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활용가능한 주유소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다.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지만 주로 기존 주유소의 역할에 더해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충전 및 판매에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란 이름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된 이후 그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즉 2021년 발표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주유소 내 자가발전 충전인프라 구축이 과제로 제시되어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고, 2022년 에너지정책 방향 및 수소경제위원회에서도 주유소 내 연료전지 보급 확대 및 분산자원화 계획을 밝혔다. 2023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기존 주유소의 전환이 분산전원 활성화의 주요 방안으로 포함되었다. 실제로 정부는 이후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주유소 내 연료전지 설치 허용, 주유기와 전기차 충전기 간 이격거리 조정, 전기사업법 개정 등 각종 규제들을 개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래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의 추진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업계 간 관련 소통도 예전에 비하여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실제 미래에너지 플랫폼 형태로 전환된 주유소 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정부정책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전환을 추진하려던 기업들도 낮은 사업성 등을 이유로 기존 계획 대비 사업을 축소,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이 최근 주유소의 전기화에 많은 공적 재원을 투자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이와 같은 전환을 조기에 추진해 온 국내에서 이러한 소식이 들린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좋은 아이디어와 파일럿 프로젝트의 모형만 제시해 주고 실리는 다른 나라에서 챙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에너지 부문의 저탄소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의 중요성과 현재 확산이 더뎌진 원인을 짚어보고,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 먼저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확대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와 수송 부문 탄소저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도로 부문의 에너지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주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간 전환, 산업 부문 등 타 부문에 비해 수송 부문 탄소저감은 정책적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수송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에서 24%, OECD 국가들 내에선 평균 20%에서 25% 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전체 배출량의 약 15% 내외를 수송 부문이 차지한다. 특히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95% 이상이 도로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통한 친환경차 인프라 확대는 중요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충전기 1대당 전기차 2.6대로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다. 그러나 2024년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 확대를 위한 사용자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전기차의 불편 사항으로 여전히 충전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특히 공용 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44.9%, 충전소 부족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비율은 54%에 달했다. 따라서 전기차 이용자들은 여전히 충전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이 충전 편의성이 기존 내연기관차의 연료충전 수준까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이 인식은 여전할 것이다.

 

 또한 향후 전기차 성장에 대해서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그간 국내 전기차 보급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2017년 5만 5,756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2023년 54만 3,900대를 기록하며 10배가 늘었다. 연간 증가율은 2018년 61.3%, 2019년 50.1%, 2021년 71.5%, 2022년 68.4%, 2023년 39.5%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전기차 내수 판매가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캐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기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하는 동시에 석유제품과 전기차 충전을 동시에 갖출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전기차 수요변화에 맞추어 충전인프라 비중조정이 가능하다. 주유소를 미래에너지 플랫폼으로 견고히 갖추어 놓으면 전기차가 기대만큼 빠르게 증가하면 증가하는 대로, 기대보다 천천히 증가하면 증가하는 대로 플랫폼 내 배치를 바꾸어가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분산전원 및 섹터커플링 활성화에 기여한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대도시의 전력계통 부담을 완화하고 주유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통해 전력 수요지 밀착형 분산 발전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에 여러 분산에너지를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면 이를 통해 지역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생산된 전기는 전기차 충전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필요 시 전력사 등에 판매하여 분산전원의 이점을 극대화한다. 따라서 향후 주유소를 자가발전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시스템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도 당위성을 확보한다. 또한 이와 같은 미래에너지 플랫폼은 전력망 운영의 효율화와 열 및 전기 에너지를 연계하여 종합적인 에너지 관리를 가능케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분산전원과 섹터커플링의 원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적,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셋째, 수소에너지 확대에 기여한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수소에너지 활용의 중요성과 신속하고 건실한 수소사회의 건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과,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수단으로서의 특징은 큰 장점이다. 특히 향후 국내 수소경제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분산형 발전이 선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이 양자의 확대에 모두 기여하는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다. 기존의 주유소 인프라는 화석연료에 기반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넷째, 탄소중립 과정에서 정유산업 및 주유업계의 저탄소 전환을 유도한다. 기존의 석유정제 위주의 정유산업은 기후변화 조류 속에 중장기적인 관점의 사업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 이 때, 정유산업의 급격한 쇠락은 국가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므로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 예로 석유제품은 2012년 반도체와 조선, 철강을 제치고 국내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면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기했다. 2017년 기준 정유산업의 GDP 기여도는 2.10%로 반도체(3.27%)와 자동차(2.31%)에 이어 3위이다. 한편 주유업계의 경우 저탄소 전환에 의한 사업적 위기감이 더욱 빠르게 체감되고 있는데, 주유업의 최근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2%로, 타 업종 대비 수익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로 국내 주유소는 2010년 13,004개소를 정점으로 매년 평균 160개소가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수송에너지 전환에 따라 현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려면 2040년엔 주유소의 74%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통해 주유소의 좌초자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정유산업, 주유산업 저탄소 전환의 상징이며, 전통 에너지 산업이 탄소중립 산업으로 변화하는 선도 모델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역시 경제성(사업성)이다. 연료전지를 위주로 한 분산전원 그 자체로도 설치비용과 발전비용이 높은데 안전을 위한 추가적인 공사비용까지 감안하면 개별 주유소의 자발적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위해 그간 여러 규제를 완화했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성 개선을 위한 정책은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관련 시장이 여전히 초기인만큼 사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재정적/비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및 사업자들에게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예로 전기차 충전기 구축 지원, 분산 에너지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 안정적인 충전소 운영을 위한 플랫폼 기술개발 지원, 수소발전 입찰시장(CHPS) 내 제도 정비 등의 방안이 있을 것이다. 정유사들은 당장의 회계적 이윤보다는 수송부문 연료 시장 선점 및 사업모형 재설정이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을 바라봐야 한다.

 

 요컨대,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있다. 정부와 관련 사업자들 또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시스템의 건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선택이 필요할 때이다.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은 당위성과 실리를 모두 갖춘 꼭 필요한 사업이다. 향후 지속적인 법/제도 개선, 지원방안 실행, 관련 기술개발을 통한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화가 우리나라 탄소중립과 수소사회를 이끄는 교두보이자 상징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논의와 소통의 장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개발되어 한시적인 사업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사업으로 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 주유소의 미래에너지 플랫폼 전환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에너지 부문의 모든 참여자들의 협력과 논의, 그리고 무엇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미래의 탄소중립 사회에서 주유소는 기름만을 주입해 주는 ‘주유소(注油所)’가 아닌 사용자가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주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에너지를 방출도 하는 ‘주력소(注力所)’, ‘방력소(放力所)’가 되기를 바란다.1)

 


1) 엄밀한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energy, work로 표현되므로 보다는 , 能源 등이 더 적합할 수 있으나 의미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으로 표현하였음.

태그

주유소|미래에너지플랫폼전환|수송부문에너지전환|저탄소시대주유소|탄소중립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