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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에너지와 석유산업
  • 작성일2024/12/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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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에너지와 석유산업

 

 

 

 

    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수석전문위원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트럼프가 취임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가 만들어낼 변화는 트럼프라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원하는 미국 사회로 인한 것이다.

 

 미국은 20세기 들어 2차례의 큰 변화를 겪었다. 최초의 변화는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이었다. 사회적으로 핍박받고 무시받던 노조와 농민 등 소외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 대가로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한 사회적 거래를 가리키는 뉴딜 체계는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인플레이션과 베트남전 패배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은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등장으로 극적으로 변화했다. 국가가 주도하던 사회에서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로 변화한 것이다. 작은 정부와 규제철폐 등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의 모습은 40년 동안 유지되었다. 이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은 다시 크게 변화할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트럼프의 정책들은 폭넓고 다양하다. 트럼프는 2023년 ‘의제 47(Agenda 47)’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신이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상세히 밝힌 바 있다. 의제 47에서 나타난 에너지와 관련한 트럼프의 공약은 간단명료하다. 미국 내에서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여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요금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의 지위를 회복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에게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2008년 유럽연합(EU)의 경제 규모는 GDP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16조 2천억 달러로 14조 7천억 달러의 미국보다 약 9.2% 더 컸다. 2022년 EU와 영국을 합한 GDP는 19조8천억 달러였는데 미국은 25조 달러였다. 14년 사이에 세계 최대 경제권인 두 지역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럽이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감내하는 사이에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가격을 낮춘 것이 변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이라고 트럼프는 간주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석탄이라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혁명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인류는 제대로 된 경제발전과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안정적이며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은 석유, 가스, 석탄 등 풍부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좇아오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는 것은 에너지 분야라고 생각한다. 유럽과의 경쟁에서 저렴한 에너지를 통해 우위를 점한 것처럼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의 탐사, 채굴, 개발 등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기후변화를 사기로 간주하는 트럼프에게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화석에너지 사용규제는 좌파의 음모에 불과하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에 있어서도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는 핵심 요소이다.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그리고 전기이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다. A.I 반도체 역시 NVIDIA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TSMC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전기이다. 2023년 NVIDIA가 생산한 A.I 반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미국 가정 140만 가구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A.I와 관련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트럼프로서는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은 단순히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수단을 넘어서 A.I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 초반 A.I와 관련해서 “지금 미국에서 부족한 것은 A.I 반도체지만, 내일은 변압기가 부족할 것이며, 다음에는 전기가 부족할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저렴한 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화석연료, 원자력 등 그 어떤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판단이다.

 

 이렇게만 보면 트럼프는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좀 다르다. 하루 1,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 석유 업계는 그동안 저유가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규제 완화를 통한 증산 시도는 유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민간기업이 에너지 자원 탐사부터 생산·유통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유럽이 막대한 양의 LNG를 비싼 가격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증산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내수 보다는 수출을 확대할 것이다. 미국 천연가스 업계로서는 증산보다는 트럼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중단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다시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재개한다면 미국 천연가스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석유업계는 수요부족과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2024년 6월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는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하루 1억600만 배럴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5년까지는 하루 100만 배럴 정도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2029년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이 IEA의 입장이다. 물론 이러한 전망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지역에서는 석유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인도와 동남아 등에서의 석유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하면서 2045년 하루 1억1,600만 배럴까지 세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를 둘러싼 전망의 차이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석유 수요증가 추세는 둔화되고 있다. 2023년 석유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150만 배럴 증가했지만 2024년에는 하루 18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지속과 더불어 전기차 판매 그리고 고속열차 확대에 따른 항공유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전체 석유 사용량의 25% 내외를 차지하는 경유 수요는 천연가스 트럭의 보급 확대에 따라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수요 확대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2024년 내내 중동에서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원유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장 2025년부터 남미의 가이아나와 브라질이 대대적인 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증가로 인한 가격상승,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공급 확대의 사이클이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업계로서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4년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집권 기간 동안 어떤 성과를 내고, 유권자들이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아 올린 부채로 만든 버블이 붕괴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지가 향후 4년 사이에 나타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예측보다는 대비와 적응을 위한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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