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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의 종말이 올까?
  • 작성일2024/01/11 14:19
  • 조회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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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의 종말이 올까?

 

 

 

 

        정용헌 교수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들어가며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쿠웨이트를 지나 이란이나 이라크 방향으로 밤 비행기를 타고가다 보면 곳곳에 불기둥이 보인다. 사막의 한가운데 유전과 가스전의 플레어링은 어둠을 밝히는 횃불과도 같다. 우리 인류에게 ‘불’로서 다가온 석유는 현대 문명의 초석이 되어 지난 170여년간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풍요롭고 안락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며 이 사막에 붉은 노을이 드리워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인 관심과 국가 간의 논의에 중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화석연료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석유가 어느 순간 국제 사회로부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비판을 받으며, 지난 40여년을 지나면서 옥동자에서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기후 악당으로 주목받고 있는 석유하고 헤어질 결심을 강요받고 있다.

 

 

 

 

석유시대의 종말?

 

 

과연 우리는 석유와 이별할 수 있을까? 석유는 여러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아 불가능 하지 않을까? 연관 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어 있고, 파이프라인 등 생산, 수송 및 유통 인프라가 전세계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으며, 국제 및 국내 거래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에너지원은 석유가 유일할 것이다. 또한 가격에서 현재와 같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석유가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술 측면에서도 대형 트럭, 선박 및 항공기의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노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인류의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원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석유 수요는 2023년 현재 일일 약 1억 2백만 배럴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의 불확실성 중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 수요의 정점에 도달할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기관들이 2030년대에 석유 소비의 정점이 올 것이라 예상하지만 이는 바램에 가깝지 예측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석유소비는 여전히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수요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소비가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세계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전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전화(electrification) 과정을 거치고 있어 언젠가는 연료로서 석유가 수명을 다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아주 먼 훗날에나 올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아니 앞으로 수십년은 석유가 주 에너지원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Pax Petrolica

 

 

향후 석유의 시대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비단 앞서 이야기한 석유의 연료와 원료로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국제 에너지 환경 논의 동향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탄소중립의 시나리오와 최근 COP 28의 합의문을 보면 그 근거가 보인다. 인류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C 상승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통한 화석연료의 전면적 대체가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및 국제기후과학자문기구(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등은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화석연료 대체가 달성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의 가격하락으로 재생에너지의 수요가 확대되어 화석연료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가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시되는 근거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기술 비용의 추세적 하락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 비용이 아닌 재생에너지의 총 비용을 보면 전혀 다른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비용은 오히려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생산 단가가 지속적으로 우하향 할 것이라는 가정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사리에 맞지도 않다.

 

 

재생에너지는 본래 간헐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2차 전지 등을 통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기자재의 생산에는 많은 전략광물(Critical Raw Material)이 필요하고 나아가 재생에너지원을 기존 전력망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송배전망의 대대적인 보강 등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는 아직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역사가 짧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확장에 얼마만큼 투자가 필요한지 잘 모른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비용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1. 탄소중립의 여정에서 본 세계 에너지 안보 지수

자료: NetZero by 2050, IEA(2021)

 

 

 

예를 들어, 얼마전 영국에서 해상풍력을 발전소 건설을 위한 공유수면의 입찰이 있었는데 Total과 같은 에너지 대기업 조차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입찰에 불참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에너지 가격상승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바로 물가, 고용, 및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시경제적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생각보다는 상당히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의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파리협약 당사국은 2030년까지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도 2배로 개선하는데 합의하였으며, 미국을 비롯한 21개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적 공약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선언이 다 현실화해도 2050년의 탄소중립은 달성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약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이러한 선언이 공약(空約)화 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에 설치된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세계적으로 약 375기가와트(GW)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30년 동안 매년 약 25GW를 건설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의 현주소는 이러한 전망이 과학적 예측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의 원자력 발전용량의 증가분의 실적치는 연평균 5.4GW에 불과하다.

 

 

현재의 국제 경제상황과 원자력 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보면 이러한 국제사회의 목표설정이 현실성이 매우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높은 이자율로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하였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재료인 철근의 비용이 지난 3년간 약 3배로 증가하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자력 발전연료의 주 공급원인 러시아의 Rosatom 이 서방세계와의 갈등을 빌미로 연료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10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과 지금부터 의 10년이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을 감안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규 원전의 기여는 일부 전문가의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바램과 현실 사이에는 상당하고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간극을 무시하고 무개념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만 몰두한다면 에너지 안보에는 큰 구멍이 생기게 되고 우리의 에너지 의존적 산업생태계가 심대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간극을 좁혀 나가는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간극을 좁혀 나가는 전환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보내느냐에 따라 석유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석유야말로 전환기에 최적화된 에너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인프라, 시장적 요건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보다 정치한 계획과 전략은 이러한 전환기를 석유산업의 호황기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석유산업의 과제

 

 

그러한 석유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비단 기후변화 대응만은 아니다. 여러 산적한 문제가 있다. 첫째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다. 석유산업은 유가의 가격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는 글로벌 공급 및 수요 변동, 지정학적 사건, 및 국제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아 수익성 및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둘째, 최근의 홍해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긴장, 갈등, 및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같은 무역 분쟁은 공급망을 교란하여 석유 생산, 유통,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 이외의 환경 문제도 어려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력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이외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환경 관련 사안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석유산업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항상 정부 및 국제 기구의 면밀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규제도 매우 엄격하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특히 메탄의 배출, 시추 관행, 환경 표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새로운 유전의 탐사, 개발 및 생산 활동도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위험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보다 신축적인 산업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회?

 

 

어느 산업이든지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비록 여러 방면에서 많은 압력과 위협이 있을 수 있지만 항상 기회도 있기 마련이다. 석유 산업이 만약 탄소 중립 목표달성과 연결되고, 또한 석유시대의 종말로 해석될 수 있는 먼 훗날의 이슈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기회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발상의 전환으로 비록 아주 먼 미래에 석유시대의 종말이 오더라도 많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면 석유산업은 앞으로 수 십 년간은 “Pax Petrolica”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석유의 호황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 석유산업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석유의 시추, 개발, 가공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을 최적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 둘째, 석유회사들이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를 포함시켜 사업포트 폴리오를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것, 셋째는 탄소 포집, 사용 및 저장기술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대한 투자의 확대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유산업의 기존 하류부분 인프라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많은 석유회사는 회사의 경우 기존의 주유소 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로 유가 변동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망

 

 

국제 석유시장은 OPEC+의 영향력 혹은 지배력이 증대되고 있다. 현재도 OPEC+가 원유의 공급조절(감산)을 통해 시장가격을 일정수준에서 받치고 있다. 사실, 원유시장은 OPEC+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낮은 생산비이다. OPEC+의 생산비는 배럴당 크게 잡아도 20달러 수준이고 실제로는 사우디나 그 주변국의 생산비는 기껏해야 5달러 수준일 것이다. 반면에 2023년 현재 비OPEC+의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생산비는 배럴당 평균 60달러1) 수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이들 국가들의 가채매장량이다. OPEC+가 상대적으로 많은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현격히 낮은 생산비와 압도적으로 많은 매장량으로 OPEC+ 가 마음만 먹으면 높은 생산비 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자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16년 OPEC+의 물량공세로 이들 업자들의 상당수가 파산을 하였다. 또한 OPEC+ 내의 석유회사는 국영이기 때문에 정부방침에 따라 일정기간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엑슨모빌이나 쉘 같은 국제 민간 석유회사(IOC, International Oil Cooperation)와는 전혀 다른 전략적 행동을 할 수 있다. 즉, 사우디 아람코와 같은 회사는 사우디 정부의 확실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이행에 수반되는 단기간의 손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장의 지배구조와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비OPEC+ 국가의 석유회사는 OPEC+ 의 정책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OPEC+는 원유가격의 추세적 하락을 용인하지 않고 필요시 지속적인 감산을 통해 유가를 일정가격 위에서 유지하는 정책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기조를 쉽게 바꿀 것 같지 않다. 국제 석유회사도 이러한 OPEC+의 정책방향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다른 공급자가 가격을 받쳐주면 나쁠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는 향후에도 추세적 하락 가능성은 낮고 상승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우리와 같이 석유산업이 주로 중·하류에 초점을 맞춘 나라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가변성(Volatility)에 대한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2024년 비상하는 청룡의 해에 우리의 석유산업이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1) Dallas Fed Survey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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