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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대가 필요한 이유
  • 작성일2023/07/14 11:01
  • 조회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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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대가 필요한 이유

 
김태환 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불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 평가했다. 인류는 최초의 에너지 불의 덕택으로 자연을 통제하게 되었고, 불과 함께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인류의 에너지 사용이 기후변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수십만년 동안 발전을 거듭한 인류의 문명을 현재 위협하고 있다. 특히나 필자의 연구대상인 화석에너지 산업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 산업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중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수요지 인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전력수급에 용이하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 역할이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Energy Superstation)”은 2021년 6월 정부가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부는 이를 전기·수소차 충전과 자가발전이 가능한 복합 충전소라 소개하며, 기존의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OpenAI의 ChatGPT와 Google의 Bard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에 대해 아직 정립된 개념은 없으나,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합하여 이를 저장하거나 수요지역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개념도]

출처 :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산업통상자원부(2021.6.30.)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분산에너지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대도시의 전력계통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즉, 주유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전력수요지 밀착형 분산발전 역할을 할 수 있다. ‘21년 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11.3%인 반면, 인천과 충남은 자립률은 200%를 훌쩍 초과한다. 분산 에너지는 이러한 지역갈등 완화에 더해 장거리 송배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더욱이 분산 에너지 거점을 기존 주유소 인프라 및 주유소 내 유휴공간에 마련하는 것은 새로운 부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석유유통산업의 혁신과 상생방안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내 주유소 산업은 이미 10년 넘게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친환경차 보급확대로 미래 시장 규모 축소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국 주유소 개소수는 ’10년 13,004개소로 정점을 기록한 후, ‘22년 11,144개소로 연평균 약 160개소가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2020)는 3차 에기본 수송부분 목표를 기준으로 ’40년도 영업실적 유지가 가능한 주유소 규모를 2,980개로 추산한 바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의 매출구조를 다각화함으로써 국가적으로 중요한 석유유통인프라의 좌초자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19.3)과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22.7)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매우 혁신적이고 세계 유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세계 탄소중립 이행기 석유업계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비즈니스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아직 산업 생태계 초기인 만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향후 기대되는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보았을 때, 민간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조세·재정정책을 도모하여야 한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의 진입 비용을 낮추고, 시장 생태계를 확대(scale-up) 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면 환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보급 토대가 되는 관련 규제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국민적 관심이 커지며, 정부는 주유소 내 수소 연료전지(신에너지) 설치를 허용했고(‘23.6.9), 또한 자체 신재생에너지 통한 전기차 충전업 허용, 전기 안전관리 업무의 대행규모 현실화 등 관련 규제개선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민간의 혁신적인 미래-에너지-융복합-플랫폼 구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 본 기고문은 한국일보 오피니언 기고(2023.6.28.)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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