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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와 기업경영
  • 작성일2023/02/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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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와 기업경영

 

 

황용식 교수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중세 시대 영국에선 숲의 주인들이 땔감을 얻기 위한 도둑 벌채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폭풍에 쓰러진 나무를 주워가는 건 눈감아 줬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런 나무는 횡재나 다름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1997년 영국 노동당은 집권 직후 횡재세(windfall tax)라는 이름의 세금을 새로 만들었다. 보수당 대처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많은 국영기업이 민영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기업에게 뒤늦게 횡재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렇게 조달된 1조원가량 세금은 복지 재원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25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잊혀졌던 횡재세를 다시 부활시켰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단 등으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이 위기 극복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유사, 발전회사 등에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의 3년 치 평균 이익의 20%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33%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EU는 횡재세로 1400억유로(약 195조원)을 걷어 전기료·난방비 급등에 시달리는 가계,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계는 해외에서 얘기가 나오는 횡재세와는 사뭇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다. 지난 8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구갑)이, 9월엔 용혜인 기본소득당(비례) 의원이 한국형 횡재세법을 발의한 가운데 두 의원은 11월 10일에 국회에서 '한국형 횡재세법 쟁점과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성만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석유정제업자 및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는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 대비 해당연도에서 5억원 이상 '초과소득'이 발생한 경우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일단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횡재세 대상이 진짜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유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2~4%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 정유 4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5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시추를 하지 않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제품으로 판매하는 ‘정제마진’에 수익이 좌우된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의 수익 가운데 재고 관련 이익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6%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의회에서 이익률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21%의 세금을 더 부과하자는 ‘초과이윤세’ 개념의 횡재세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아울러 횡재세의 조세 대상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횡재세, 즉 초과이윤세는 원유를 시추하고 생산하는 이른바 ‘업스트림(upstream)’ 생산업자에 부과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원유를 도입해서 정제하는 정유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유럽 석유기업들은 자원 개발, 공급, 발전까지 하는데 원유를 채취하는 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만 올라 떼돈을 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유사들은 직접 자원 개발을 하지 않고 해외에서 도입해 파는 구조라 상황이 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기업은 판매 가격 중 약 5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반면 국내 기업은 원유를 해외에 100% 수입한 뒤 휘발유와 경유를 만들고, 그중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한다. 횡재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추진되고 있는 횡재세의 이면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영국 정부는 새로운 부과금(횡재세)은 석유·가스 생산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보상할 수 있는 충분한 세금 공제(또는 수당)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영국 정부의 횡재세는 자원 개발 사업에 재투자한 기업에게 세금 공제 등의 형식으로 ‘보상(reward)’되는 개념으로 설계한 것이다. 횡재세로 알려진 영국의 링 펜스 법인세(Ring Fence Corporation Tax)는 영국내 대륙붕 탐사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매겨지는데, 만약 영국 내 자원개발에 투자하게 되면 100%를 세액 감면해주는 구조다. 다시 말하면, 자국 내 자원개발에 재투자하면 세금감면 등 막대한 투자 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를 두고 영국 정부는 ‘super-deduction(슈퍼 공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자원개발 기업에게 징수하는 세금이 있더라도 자국 내 자원개발 재투자를 유도해 신규 일자리 창출, 에너지 자립도 강화 같은 다양한 정치, 경제적 성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표면적으로만 외국의 횡재세 제도를 이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횡재세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횡재세에 대한 타당성, 적법성 문제로 인해,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실은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에만 세금을 물린다는 점, 이윤을 낸 다른 업체에는 횡재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초과 이윤에 세금을 부과해 정유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공급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다시 올라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횡재세는 공급자에게 징수하는 소비세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르는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우리 정유사들은 조세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나 전방 산업에 있는 기업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정부가 공급가액을 통제한다면 정유업체가 공급량을 줄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횡재세는 유가가 상승할 때에도 유가를 더 오르게 하고 유가가 하락할 때에는 유가가 하락하지 못하도록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횡재세는 요즘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횡재세는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유회사들의 경우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원유가격 변동과 영업이익의 변화가 반드시 플러스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기적인 영업이익은 정유회사가 보유한 원유 재고량과 원유수입 계약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만약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더라도 정유회사가 보유한 재고가 적고, 정제 마진이 감소한다면, 영업이익은 얼마든지 감소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특성상, 저유가 국면에서는 적자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중과세 문제 또한 피할 수 없는 논란의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익이 많이 나면 과거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 이월결손금 공제 이후 남은 차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내게 된다. 이미 이처럼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부가가치세 형식으로 더 횡재세를 걷는다는 것은 이에 따르는 이중과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횡재세와 같은 채찍보다는, 정유업계의 정제설비 신규 건설 투자가 장려될 수 있도록 당근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정제용량이 2020년 하루 41만 배럴, 2021년 5만 배럴 줄었고 앞으로도 석유제품화를 할 수 있는 정제설비가 부족하면 앞으로 더 큰 에너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산업 구조 특성상 내수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 아니다. 정유사들의 직영 주유소는 전국 주유소의 7~8%에 불과하고 오히려 매출의 70% 안팎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논리는 정유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은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 이익이며 향후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다시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정유업계를 하나의 이익 폭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논리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 2014년 및 2020년 대규모 적자 및 손실을 기록할 당시에, 정부의 지원 및 적자 보전이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시적인 고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이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유업계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타이밍’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고 있고,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있는 현 시점에서, 과연 정유업계 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무조건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우리 정치권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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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정유업계|이중과세|조세형평성|시장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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