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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제 석유시장 및 정유업황 전망
  • 작성일2022/12/30 12:14
  • 조회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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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제 석유시장 및 정유업황 전망

 

 

 
이종헌 수석특파원          
(S&P Global Commodity Insights) 

 

 

  2022년 국제 석유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공급 리스크의 확대였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여유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공급부족 우려가 확산되었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생산국과 소비국들의 정치행위가 교차하면서 시장 불확실성과 유가 변동성이 증폭되었다. 2023년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됨에 기존의 원유와 석유제품 교역과 흐름에 큰 변동이 발생하고 경기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정제설비의 대규모 변화가 예상되어 우리 정유사의 세밀한 대처가 요구된다.  

 

  2023년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200만 배럴이 증가하여, 230만 배럴이 증가한 2022년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 증가는 2022년의 450만 배럴보다 상당히 줄어든 하루 170만 배럴에 그쳐 하루 30만 배럴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2022년의 220만 배럴 초과공급이 재고로 남아 있어 국제유가는 2023년 5월까지 약세를 유지하고 하반기에는 재고가 소진되면서 상승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수요 측면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제상황이다. 경기 위축이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대규모 수요파괴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미국과 유럽이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상반기에는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부동산 시장 리스크, 그리고 대규모 부양책 카드는 석유수요를 흔들 수 있는 복병이다. 현재 시점에서 판단해보면 새해 중국의 석유 수요는 하루 70만 배럴 증가한 1,570만 배럴에 이르고 2024년에도 50만 배럴 증가하여 아시아 수요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2023년 석유 수요는 140만 배럴 증가해 전 세계 수요 증가의 70%를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데,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연료가 수요 증가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의 40%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공급측면의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의 출하량이다. 12월 5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됨에 따라 러시아의 공급 축소는 하루 1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새해 2월 5일부터는 석유제품에 대한 제제도 시행되어 경유 등 제품의 공급도 하루 백만 배럴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이 제공되지 않으면 해상운송에 큰 장애가 생기지만 러시아가 제재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을 가져왔기 때문에 대체 유조선과 보험을 활용한 수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실제 공급 차질은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로 인한 대규모 공급차질 전망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미 비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석유 수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 등 큰 손들은 서방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할인인 가격으로 나온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빨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사우디 등 OPEC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방의 압력에 대응할 것이다. 유가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OPEC+는 2023년 하반기에 하루 백만 배럴의 추가감산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석유시장에 복귀하면 1년 이내에 하루 백만 배럴을 추가 공급할 수 있어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특히 아시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지만, 대규모 시위와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인한 국제적인 비판을 감안하면 이란 핵문제가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게다가 이란이 러시아에 살상용 드론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져 미국과의 핵합의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따라서 이란의 원유 공급은 2023년에도 현 수준인 하루 80만 배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제적인 비난에 몰린 이란이 이스라엘 유조선이나 사우디의 정유설비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혁명수비대가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지역을 공격하고 있는데, 쿠르드 자치정부의 석유시설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도 기대할 수 있지만 PDVSA 규제가 전면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 증가 효과는 하루 10만 배럴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차질은 리비아,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2023에는 다소 줄어 하루 4백만 배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국제적인 긴장관계를 고려하면 새해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석유시장을 짓누르며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 공급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미국의 상황도 녹녹치 않다. 최근 오일 리그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생산량은 2019년 말 하루 1,300만 배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늘어난 리그의 대부분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민간 생산자 소유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민간 리그 수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코로나 이전보다 58%나 증가한 반면 증산을 주도할 수 있는 대규모 메이저 생산자들의 리그 수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보다 25∽45%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졌지만 이를 생산에 투입하기 보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배당과 부채상환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적 신호와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상태에서 지난 8월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막대한 재원을 법인세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석유 메이저들이 생산을 위한 투자를 더욱 꺼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원유 수출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돌리고 있어 아시아 지역의 공급을 타이트하게 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유와 제품의 교역과 흐름의 변화는 2023년 석유시장의 가장 특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등 아시아로 많이 유입되던 미국산 원유와 아프리카 유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으로 향하고, 제재로 전통적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로 물량을 보내면서 기존 원유 흐름에 드라마틱한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아시아 정유사들은 2023년 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수입 중단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는 유럽에 더 많은 물량을 보내면서 또 한 번 석유 흐름에 변동이 생길 것이다.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 경유는 중동으로 들어와 브렌딩으로 통해 다른 제품으로 바뀌어 다시 유럽으로 수출되는 현상도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중동산 유질 도입을 시도하면서 아시아 소비국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 동안 파이프라인으로 도입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공급이 줄어들자 유럽 국가들이 앞 다투어 중동산 LNG 도입을 추진하면서 전통적 LNG 소비국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러한 도입 경쟁은 중동산 유종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어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인 우리 정유사들의 수입국 다변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그나마 우리 정유사들에 다행인 것은 2023에도 정제마진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상최대의 정제 마진을 기록한 2022년은 2004∽2007년까지 정제 마진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를 능가하여 ‘플래티늄 에이지(Platinum Age)’로 불릴만한데, 2023년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정제 마진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용 제품이 마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가솔린 시즌’라 불릴 정도로 휘발유의 정제 마진 강세가 예상된다. 중국의 정제 설비 증설 가능성은 아시아 정제마진의 중대한 변수이다. 중국의 제품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 정유사 마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수년 동안 중국 석유제품 수출의 85%가 아시아였지만 최근에는 차액거래의 유인으로 유럽으로의 수출도 늘고 있어 기존 흐름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2023년은 글로벌 정제설비에도 큰 변동이 예고되어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글로벌 정제 설비의 상당 부분이 가동을 멈추었는데, 석유수요가 회복되면서 설비용량이 아직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이라크, 쿠웨이트,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대규모 신규 정제설비가 속속 가동되고 있고, 2023년과 2024년에도 나이지리아와 오만의 신규 설비가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정제설비가 확충되고 있어, 2023년 정제설비의 순증가는 하루 150만 배럴로 2022년의 100만 배럴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낡은 정제설비가 친환경 처리시설로 탈바꿈하여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정제설비의 대대적인 증설과 변환은 원유와 석유제품의 교역과 흐름, 정제 마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우리 정유사들의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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