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2023년 경제전망, 그레이트 리세션
김광석 교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2023년 경제의 컬러감은 회색이다. 2023년은 녹록지 않은 경제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쇼크와 금리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다. 2020년처럼 소나기와 폭풍이 일고 나서 맑게 개는 흐름이라기보다, 먹구름이 가득한 찌 뿌연 하늘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느낌이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버블이 꺼지고,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국면이 시작될 것이다.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전망』을 통해 모두가 어렵다고 느끼는 ‘내핍(austerity)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위기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2023년 경제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준비된 나’를 만드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2023년 세계 경제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부터 경기 하강국면에 진입했고, 2022년은 본격적인 침체가 오기 전단계의 ‘둔화’국면이며, 2023년부터 ‘침체’국면이 시작될 것임을 강조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2년 3.2%에서 2023년 2.7%로 하락할 전망이다. 평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어려운 국면이 지속할 것임을 인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매우 녹록지 않은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을 뜻한다.
국제기구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IMF는 2023년 경제를 어둡고 불확실성이 가중된다(gloomy and more uncertain)고 표현했고, OECD는 전쟁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paying for the price of war)에 비유하기도 했다. WTO는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제동이 걸렸고, 더디게 회복되었던 ‘세계 교역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표현했다.
물가는 잡힐 것인가?
물가는 정점을 찍었지만, 잡히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2022년 7월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6.3%를 기록하며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11월 5.0%를 기록하는 등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2023년까지도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목표물가인 2%에는 부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상반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23년 상반기에 목표물가의 2배 수준(4%)을 상회하는 고물가 압력이 작용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률은 1.5%를 밑도는 1.3%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상에도 부합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만약 2023년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거나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이 작용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될 우려가 있다.
국제유가는 다시 오를 것인가?
물가를 결정짓는 중대한 변수 중 하나가 국제유가이니만큼, 국제유가가 혹여나 다시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상당히 긴장감이 도는 질문이다. 국제유가의 강세 기조는 유지되나, 완만하게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됨에 따라 세계 원유 수요가 축소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분기 108.9달러대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매우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 에너지 기구들은 2023년에 국제유가가 2022년에 비해 소폭하락 할 것이지만, 공급부족 여건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EIA(미국에너지정보청,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WTI와 Brent 유가가 2022년 각각 95.2달러, 101.5달러에서 2023년 각각 86.4달러, 92.4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IA(2022.12) STEO(Short-Term Energy Outlook). 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또는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고, OPEC 회원국들의 증산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OPEC+는 감산합의에 도출한 반면, 미국은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기로 하는 등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불안하게 전개되고 있다.
금리는 얼마나 오를까?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2023년 중반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 9.1%의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하고는 있으나, 2%라는 목표물가에 부합하는 성적표는 2023년 연내에 기대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 12월 FOMC에서 공개한 성명서를 보면 위원들이 2023년에도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지속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점도표를 통해 FOMC 위원들이 2022년 말의 기준금리 4.5%에서 2023년 5.1% 수준으로 인상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미국과의 금리차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한국 내 물가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추가적인 인상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할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된 것이지,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Cost of Funds Index)가 사상 첫 4%대에 진입했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뜻으로,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 높은 시중금리는 가계에 상당한 이자부담을, 기업에 자금마련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킹달러 귀환할까?
2022년은 강한 달러의 시대였다. 2022년 한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가장 강했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더뎠다. 환율은 상대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을 뜻하는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강한 긴축은 곧 강한 달러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1,440원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이는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9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주범이 되었다.
10월을 기점으로 ‘물가 정점론’과 ‘국제유가 정점론’이 부상했고, 시장은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두었다. 이는 곧 ‘환율 정점론’이 된다. (물론 ‘주가 저점론’으로도 해석된다.) 거시경제는 각각의 지표가 톱니바퀴처럼 연동되어 움직이기에 그 방향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2023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어떠한 변수(전쟁, 전염병 등)가 등장하지 않는 한 달러의 초강세가 다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미국의 긴축기조가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약달러로 전화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즉, 강달러 기조가 완화되는 흐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침체 국면의 대응 전략
2023년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즉, 경제 성장세는 둔화하고,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국면이 될 것이다. 2023년 세계경제의 흐름에 맞는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세계교역이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은 더욱 휘청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의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경기가 완만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을 신시장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IMF 외환위기 다시 오나?’ 경제주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외환위기 상황에 놓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과도한 안도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구조 개선을 통해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1996년 당시에도 위기의 조짐은 나타났다. 수출액은 감소하고, 대외 채무는 폭증하며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구조 개선을 단행하지 않고 과다한 외채를 끌어와 과잉투자를 벌였다.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다. 외환건전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외채무를 줄이고, 취약 신흥국들로부터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위기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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