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정보자료실

전문가칼럼

OPEC+와 미국의 대립이 의미하는 시사점 / 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전문위원
  • 작성일2022/11/18 09:59
  • 조회 660
ICON

OPEC+와 미국의 대립이 의미하는 시사점

 

 

 


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전문위원

 

 

 

 

 

1960년 베네수엘라의 주도로 사우디아리비아,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등 5개국이 결성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역사는 어느덧 60년을 넘어서고 있다. OPEC 회원국은 여전히 세계 원유의 40%를 생산하고, 전체 원유 무역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석유수출국가가 2016년 OPEC과 동맹을 결성하면서 형성된 OPEC+는 세계 석유공급의 절대량을 차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 OPEC와 OPEC+는 상시적인 단일대오를 형성한다기 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석유가격의 변동에 따라 결속력이 변화하는 느슨한 조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지정학과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OPEC+를 단순한 생산자모임을 넘어선 정치적 이해공동체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OPEC+는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하였다. 2020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 결정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이러한 결정은 세계 석유시장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미국 중간선거가 가까워진 상황에 더해 백악관이 파견한 특사단이 사우디를 방문하여 감산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스트리아 빈의 OPEC본부에서 감산결정을 공식화하였는데 이 자리에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형인 사우디 에너지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과 미국의 제재대상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가 함께하는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제는 미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미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무기화한 상황에서 석유공급에 대한 OPEC+의 통제력을 과시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미국에 대한 반감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였다.  

 

 

미국과 사우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의 갈등은 있었지만 1990년 걸프전, 9·11 및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안보를 위한 동맹의 일원으로서 언제나 함께 해 왔다.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도입하면서 미국 군수산업의 지원자 역할을 해 왔고, 유가 안정을 위한 증산요청 대부분을 수용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위해 협력해왔다. 미국은 반대급부로 중동지역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협력자가 사우디임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왔다. 실제 지금도 사우디에는 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되어 예맨 후티 반군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이렇듯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던 사우디가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고 자국의 외교적 이익을 위한 독자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세상이 변화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실망’을 표함과 동시에 사우디가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고 선언하였다. OPEC+의 감산결정에 대응해 미국은 다시한번 전략비축유의 대규모 방출을 결정하면서 석유가격의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사우디로 대표되는 OPEC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산업국가들의 대립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노골적인 움직임은 산유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OPEC 입장에서 보자면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함을 노골적으로 밝히면서도 유가를 낮게 유지되기를 원하는 모순적 입장을 보여 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내 온건파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일시적인 고유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보다 안정적인 석유 수요창출을 위한 적절한 공급을 강조해왔다.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폭락했던 석유가격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OPEC+입장에서 보면 2021년부터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석유가격 하락을 유도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점진적 공급회복을 도모하는 OPEC+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적대적 행위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원유수출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다시 한번 OPEC+ 회원국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러시아가 대상이지만 향후 다른 국가들도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석유가격의 결정권이 산유국이 아닌 산업국가들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00만 배럴의 감산 결정은 단순한 가격 지지를 위한 행동이 아닌 미래의 가격 결정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감산 결정에 따라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서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감산결정은 납득할 수 있었다.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석유수요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은 2022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극심한 석유 가격 변동은 단순한 수입 감소를 넘어서 생산중단에 따른 유전 기능의 손상과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사우디는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실제 할당된 쿼터보다도 이미 적은 양을 생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만 배럴의 감산결정에 따른 갈등은 평소라면 증폭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간의 축적된 갈등과 불신이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OPEC의 움직임에 대해 타협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 의회는 사우디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고 향후 1년 동안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 및 사우디에 배치된 모든 미군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OPEC을 겨냥한 석유생산 및 수출카르텔 금지법안(NOPEC)을 발의·상정하였다. 만약 법률이 제정될 경우 미국 법무부장관은 반독점법 위반으로 OPEC 회원국을 제소할 수 있으며, 재판결과에 따라 미국내 자산을 압류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제정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사우디를 비롯한 OPEC+ 국가들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응은 셰일을 비롯한 미국 내 석유생산량 증가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셰일 혁명 초반에 보여주었던 놀라운 공급탄력성에 기반한 미국의 공급확대 자신감은 점차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했던 연방토지에 대한 파쇄 및 시추제한 조치에 따라 미국의 공급탄력성은 더욱 감소하였다. 여기에 더해 대량으로 방출한 전략비축유는 1984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하면서 향후 미국의 대응역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OPEC+는 미국의 의도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갈등국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OPEC+와 미국의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석유 가격을 둘러싼 다툼으로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의 에너지를 둘러싼 큰 흐름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유럽과 더불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에너지 자립과 더불어 중동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이에 비해 사우디와 러시아로 대표되는 OPEC+는 이러한 흐름에서 수반되는 수요감축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동시에 미래발전을 위한 투자재원마련을 극대화하고자 하고 있다. 세계와 미래를 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차이는 결국 이들 국가와 세력 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에너지의 전환은 주도세력의 교체를 수반하였다. 화석에너지가 등장하면서 영국과 유럽은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으며,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은 미국의 등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 석유의 시대는 계속되겠지만 과거에 비해 중요도는 낮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할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태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