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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의 초과이윤세(횡재세) 논의 방향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
  • 작성일2022/11/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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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의

초과이윤세(횡재세) 논의 방향

 

 

강성진(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의 확산은 물류비용 상승과 노동자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붕괴를 일으켰다. 현실은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힘만으로는 완성된 제품을 만들 수도 없다는 글로벌화(globalization)된 경제라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을 상승시켜 세계경제를 글로벌 복합 위기로 몰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전세계는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변화할 때는 필연적으로 자기 능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초과이익이나 초과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만약 정부가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부과하여 초과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경제주체에 공정하게 나누어 줄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이 기능을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해결하도록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시장보다 더욱 능력이 뛰어나다고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논의되는 횡재세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고유가로 에너지기업들의 초과 이익이 발생하자 이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다. 영국(25%)과 미국(초과이윤이 10% 넘는 기업에 21%)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등 많은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고자 하고 있다. 심지어는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에너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를 우발이윤세, 초과이익세 혹은 횡재세라고 부르고 있다. 


 
 실질적으로 에너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지난 2분기에 세계 5대 석유기업의 순이익 총액은 약 500억 달러(65조 원)에 이른다. 미국의 엑손모빌(178억5000만 달러), 네덜란드 쉘(115억 달러), 프랑스 토탈에너지(39억 달러) 등이다. 국내기업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어,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SK 이노베이션 2조3292억 원을 비롯하여, 에쓰오일(1조7220억 원)과 현대오일뱅크(1조3703억 원)였다. 횡재세 논의는 이들 기업의 거두어들인 이익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정상범위를 벗어난 초과 이익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유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횡재했다는 것이다. 세금을 부과하여 얻은 수입을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가정에 지원하고자 하자는 데서 정당성을 찾고 있다. 

 

 문제는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정당성이 있는가는 점이다. 

 

 첫째, 초과이윤 즉, 횡재라는 기준의 정당성 문제가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초과이익 즉, 횡재가 에너지기업에만 해당하는가의 문제이다. 많은 기업은 3고 현상(고물가, 고유가, 고금리)으로 자신들의 노력 이상으로 초과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금융기관의 예대금리 이윤 확대, 원화 가치하락으로 나타난 고환율로 얻은 수출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이 대표적이다. 지난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이 거둔 이자 이익을 합하면 총 15조3361억 원으로 지난 같은 기간에 비해 21.7%가 증가하여 역대 최대라고 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1조7264억 원을 비롯하여 신한은행(1조6830억 원), 하나은행(1조3736억 원) 그리고 우리은행(1조 5545억 원)이다. 이들은 횡재가 아닌가? 수출기업들은 어떤가? 동일한 수출에 달러 수입은 원화 가치하락으로 당연히 수익을 늘어나기 마련이다.

 

 둘째, 횡재세를 부과할 때 공정과 정의라는 측면에서 정당한가라는 문제이다. 
현재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에너지기업들이 초과이윤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자신들의 노력이 아닌 우연에 의해 이윤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금융기관이나 수출기업들도 동일하게 초과이윤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유가가 급락하거나 원화가 고평가되면서 반대로 손실이 발생할 때는 어떨 것인가? 유가 상승기에 세금을 부과하여 이익을 취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때는 반대로 지원을 해줄 것인가? 당장 현실적으로 보아 수입기업들의 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달러로 수입을 계약해 준 기업들은 원화 가치하락으로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추가 지원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기업이 동일한 현실에서 이득과 손실이 발생하는데 정부가 이익과 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공평하게 분배를 할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은 시장경제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로 횡재세 논의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것은 불평등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하여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이다. 
이러한 주장은 대상, 목적과 방향이 모두 잘못된 것이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기후재앙을 물려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대응이 아니라 매우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경제성장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한 발전이나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에 높은 세금(탄소세, 탄소배출 할당)이 부과하는 이유다. 

 

 한국의 경제성장동력 산업은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산업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 추이에 부합하다. 문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세금부과는 기업들이 얻고 있는 초과이윤이나 횡재에 의한 추가 수익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수익은 횡재가 아니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얻은 것이다. 

 

 이들에게 횡재이니 초과이윤이니 하면서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세금 수입을 사회복지나 다른 기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 감면이나 연구·개발 투자지원을 통하여 다시 기업에게 돌려주어 세금부과에 의한 추가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세금 부담의 중립성(neutralization)이라고 한다. 이들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하락하여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경제에서 기업은 다양한 변수에 의하여 이익과 손실을 경험한다. 자신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로 인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익이 공정한 시장경쟁이 아닌 부정부패나 정경유착 등의 반시장적 요인이 아닌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에서 경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정부가 개입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관여한다면 건전한 시장경제는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에도 아무런 책임이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이 단순히 주주(shareholder)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의 주주자본주의 체제는 이제 지나간 얘기가 되었다. 미국 국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2019)과 세계경제포럼(2021)이 제시하였듯이 주주만이 아니라 소비자, 종업원, 거래납품업자, 지역사회, 환경 등 경영과 관련되는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s)를 고려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 방향이 요즘 전세계 투자자들의 투자기준이 되고 있는 ESG(친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경영이다. 횡재나 자신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는 이상으로 초과이익을 거둔 경영을 했다고 하자. 이렇게 얻은 이익을 이해관계자와 시장에서 공평하다고 생각하도록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주주만이 아니라 외부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고 결국 그들은 시장경제에서 퇴출당하고 말 것이다. 에너지기업들이 이번 초과이익을 단순히 배당이나 기업 임직원들의 임금으로만 사용하고 사회적 공헌이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에 무관심하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정부가 정당한 세금부과 이외에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이유로 비정상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시장을 더욱 왜곡시키는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를 일으킬 수 있다. 기업경영의 성과 배분을 정부가 아닌 시장경제체제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공정한 시장을 형성하는 데만 관심을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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