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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부과? 정유사가 희생양인가?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
  • 작성일2022/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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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부과? 정유사가 희생양인가?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고유가 현상에 뒤이어 크게 늘어난 정유사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발표되자, 횡재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이번 세금 논쟁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횡재세란 무엇이고 어떠한 취지에서 부과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정유사의 이익에 대한 추가 과세가 긴급하게 요구되는지를 판단하려면, 과세의 주된 근거가 과연 합리적이며 현실적으로 타당한지를 객관적 관점에서 제대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세금이 단지 고유가가 키운 국민적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졸속 도입되는 것은 공평과세의 근간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얻지 못한 채 국민경제의 손실만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의미하는 ‘windfall’은 노력 없이 얻은 이익, 즉, 횡재를 뜻한다. 중세 영국에서는 자신 소유의 땅에 있지 않은 나무를 함부로 베어 땔감으로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였는데, 강한 바람이 불어 저절로 쓰러진 나무만큼은 예외로 한데서 유래한 것이다. 예기치 않게 저절로 굴러들어 온 큰 이익에 대해서는 다른 이익보다 더 높게 과세한다는 것이 바로 횡재세(windfall tax)의 기본개념이다. 자신의 노력보다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무엇보다 독점적 지위로 인해, 정상수익의 범위를 뛰어넘는 이윤이 발생했을 때 부과된다는 점에서, 초과이윤세라 불리기도 한다. 

 

 

브렌트유 산유국인 영국과 노르웨이가 북해 해저유전을 개발한 석유기업들이 1970년대 고유가 시기에 얻은 높은 이윤에 법인세 외에 추가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 것이 초과이윤세의 대표적 사례이다. 횡재세란 명칭이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산 원유에 대한 가격규제 철폐에 따라 석유회사들의 이익이 폭등하게 되자, 1980년에 ‘원유횡재이윤세(Crude Oil Windfall Profit Rax)’를 도입한 것이 시초라 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한계생산비용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고유가 환경에서 원유시추 기업들이 얻는 막대한 초과이윤은 실제 자신이 기여한 바를 넘어선 일종의 횡재라는 고려가 공통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석유 이외에 금이나 구리, 석탄과 같은 자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도 새로운 광산이 발견되고 채굴이 시작되면, 유사한 맥락에서 초과이윤세가 과세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 독점적인 자연자원의 채굴과 관련이 있으며, 속성상 일단 사업이 안정화되면 상당 기간 고수익이 보장되며, 가격 급등기에는 막대한 규모의 초과이윤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자원과 무관한 횡재세의 예로는, 1997년에 영국 노동당이 대처 총리 집권기에 민영화된 다수의 공익기업들이 공정시장가격보다 낮게 매각됨으로써 발생한 이익에 대해 사후적으로 과세한 것을 들 수 있다. 온전한 개인 소유물로만 볼 수 없는 자연자원 채굴사업이나 공공자산에 해당하는 공기업과 관련한 대규모 이익에 한정하여 횡재세가 부과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공에 큰 영향을 주는 재화나 자산이 시장의 독점적 지위에 의해 폭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세법에 본격적인 의미의 횡재세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취지의 과세가 일부 발견될 뿐이다. 예를 들어, 3억원을 초과하는 복권당첨금은 일종의 횡재로 보아 다른 분리과세 기타소득세보다 높은 30%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과 증여에 따른 자산취득 역시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얻은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아 높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오일·가스 가격이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으로 확대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얻는 대규모 이익의 일부를 횡재세를 통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 12조원이 넘는다는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횡재세 논란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횡재세 도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며, 기본소득당에서는 정유사와 은행의 초과이득에 대해 50%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안의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석유사업법에 따른 부과금 징수 외에 정유사에 최소 수천억원의 특별기금 출연을 사실상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많은 국민이 고통받는 고유가 시기에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보았다는 뉴스는 다분히 대중의 감정선을 자극할 수밖에 없겠으나, 횡재세나 그와 유사한 준조세 부과는 근거의 타당성과 합리성, 그리고 정책의 실효성을 신중하게 살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횡재세 부과의 주된 논거는 제한된 자원을 공급하는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폭리를 취할 때, 추가적인 세금 부과를 통해 이익 일부를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사의 이익이 여타 업종의 기업과 달리 이러한 횡재세 부과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국내 정유사 수익은 정제마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제한된 자원인 원유를 시추하는데서 큰 이익을 내는 국제적인 석유메이저의 수익구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유가 환경에서 독점적 지위의 석유메이저들이 원유생산 자체로 횡재를 얻는 반면, 비싸진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정유사는 대단위 정유설비에 선투자한 후 정제과정을 통해 휘발유나 경유 제품을 생산하여 국내에 판매하거나 경쟁적인 국제시장에 수출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구조다. 대표적인 메이저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원유시추로 배럴당 판매가격에서 한계비용 4~5달러를 제외한 나머지가 수익이 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한마디로 천문학적 이익이 보장되는 것이다. 브렌트나 텍사스 지역에 유전을 보유하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로열더치쉘, 엑손모빌의 경우 시추비용은 더 높으나, 유사한 사업구조로 고유가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영국이 이미 지난 5월부터 석유 및 가스 기업들에 종전의 초과이윤세율 40%에 25%를 추가하여 모두 6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고유가의 석유 시추가 횡재사업이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이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자국 석유메이저에 기존 법인세율 21% 외에 다시 21%의 세금을 추가하여 총 42%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렇듯 정유사 정제이익은 독점적 지위 하의 시추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유가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예외적으로 높은 수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지난 6월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인 5불선을 크게 상회한 22~29달러 선을 유지하여 이익에 보탬이 되었으나, 7월 들어 10달러대로 하락한 정제마진은 최근에는 급기야 4달러선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이러한 수익구조에도 상반기에 정유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낸 것은 유가가 낮았을 때 원유를 수입한 덕분으로, 주로 재고평가이익에 기인한 것이다. 유가가 지금과 같이 하향세를 띠는 경우 종전의 재고평가이익은 더이상 누리기 어렵고, 반대로 평가손실이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반기 유가 전망 하에서 대략 10달러 선의 정체마진을 기대하지만, 이마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유가 변화에 정제마진이 연동되는 것은 사실이나, 변동성 높은 유가 속성으로 수익기반은 사실 매우 불안정하며, 래깅효과로 유가가 주는 영향 또한 복잡하다. 한마디로 지금과 같은 불확실 대외여건 하에서는 향후에 정유사 이익이 개선될지 또는 왜곡될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상의 사실은 국내 정유사의 올 상반기 이익은 단지 일시적 오버슈팅에 가까운 현상에 불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까운 미래에조차 횡재에 가까운 이익을 얻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편적인 현상에 근거한 것으로 설득력이 낮다. 이들 기업의 이익이 너무 커서 일부를 세금을 통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부족하다.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이 비정상적인 수준의 가격설정을 통해 폭리를 취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이 국제정유시장의 평균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폭리에 의한 초과이익과 같은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유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에서 더 많은 이익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피해를 통해 큰 이익이 발생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올 하반기 들어 정유사 수익기반이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해 추가 과세하는 것은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의 관점에서 세부담 인상은 여러 비용상승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세금 증가는 그대로 제품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대폭적인 유류세 인하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보다는 물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제조업 국제경쟁력의 약화에 있다. 중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의 저하를 예상하는 정유기업들이 설비투자 증대를 꺼리게 되어 사업이 활성화되기보다는 위축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정유사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횡재세는 우리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낳고, 정유제품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종국에는 주력 수출부문의 비교우위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를 부리던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유사들은 모두 초저유가 현상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기업의 손실과 이익이 교차하여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실에는 애써 눈을 감은 채, 우리와 상황이 전혀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횡재세 부과 논의를 단순 추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팬데믹 직전에도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정유사업 환경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친환경적 에너지사업 구조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이 극심한 유가변동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 이익을 횡재라 정의하고 과세하는 것은 기업의 자생적인 활로 모색을 가로막는 근시안적인 결정이다. 같은 기간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큰 이익이 있었음에도, 정유부문 이익에만 추가과세를 고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글로벌 차원의 지정학적 문제와 공급망 애로에서 비롯된 현재의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상황은 그 자체가 국민에게 고통이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정책이지 희생양이 아니다. 큰 이익을 얻었다는 표면적 이유로 일부 기업에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타당성과 실효성이 부족한 선택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만일,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의해 소비자가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면, 이는 조세정책이 아닌 공정거래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거가 부족한 세금을 정치적 동기에 치우쳐 어설프게 추진하는 것은 극심한 정책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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