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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투자 축소가 부른 에너지위기 / 에교협 온기운 교수
  • 작성일2022/07/08 00:00
  • 조회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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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투자 축소가 부른 에너지위기

 

 


온기운/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

 

 

 

글로벌 에너지위기 장기화 가능성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앞이 안 보인다. 1차 에너지인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2차 에너지인 전기요금도 많은 나라에서 크게 오르고 있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에너지가격 급등이 물가급등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유발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한 물가안정과 경기호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으로 표현되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인상에 앞장서고 있지만 다른 나라 통화가치의 급락을 초래할 뿐 글로벌 물가 안정을 이룩하는데는 별 효과가 없다.

 

1차 에너지의 핵심인 원유의 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위기는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당시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되며, 원유가격에 연동돼 움직이는 천연가스 가격은 연료전환(fuel switch)이라는 요인까지 겹쳐 전례없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석탄의 대체재인 석탄의 가격이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작금의 화석연료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렁에 빠졌던 세계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기본적인 원인이 있다. 여기에 원유의 경우 ‘OPEC플러스’의 소극적인 증산이 유가상승을 부추겼다. 올해 들어 화석연료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요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러·우 전쟁으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화석연료 공급이 크게 줄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심화됐다.

 

 

 

 

메이저들의 상류부문 투자 축소 장기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이 화석연료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탈탄소가 화석연료 개발·생산을 줄여 공급부족을 심화시킨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민 나세르(Amin Nasser)는 지난해 12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석유회의(WPC) 연설에서 “석유, 천연가스가 전환기에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를 것”이라며 “세계는 하루아침에 청정에너지로 이행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미국 최대 석유채굴 기업 할리버튼(Halliburton)의 CEO 제프 밀러(Jeff Miller)는 “화석연료 개발 투자가 오랜 기간 부진함에 따라 세계가 석유 부족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공급 부족이 완화되기까지 10년 안팎의 세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자원 메이저들은 상류(upstream) 부문 개발투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셰일 혁명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가운데 세계적인 탈탄소로 화석연료의 장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4년 약 8000억달러에 달했던 상류 부문 투자액은 지난해 약 3400억달러까지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OPEC플러스 일부 산유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투자 부족 여파로 생산능력이 떨어지면서 소폭 증산 속도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잉여생산 능력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 바이든 정부도 화석연료 감산 압박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취임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만을 연결하는 원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허가를 취소하는 등 탈탄소의 강도를 높였다. 미 의회 하원의 감시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석유 메이저 4개사(엑손모빌, 로열더치셸, 셰브론, BP) 간부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석유업계가 기후변화에 있어서 화석연료의 역할에 대해 일반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업계 측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 6시간 가까이 전개됐다.

 

석유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월가에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그룹의 CEO 스티븐 슈워츠만(Stephen Schwarzman)은 지난해 10월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에너지 부족에 빠질 것”이라며 비관적인 생각을 토로했다. ESG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투자회사에 석유·가스 관련 자산을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어 미국 석유기업들은 신규 채굴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셰일오일의 증산도 가로막아 셰일오일이 원유시장의 수급을 안정시켜주는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초과수요는 중국 인도 등이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있는데다 러·우 전쟁 이후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오스트리라 등 유럽 주요국이 석탄이용 확대로 회귀하고 있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탈탄소의 선봉에 섰던 독일은 지난 6월 가스 소비를 억제하는 대신 석탄화력발전 이용률을 높이는 긴급조치를 결정했다. 화학, 유리, 철강 등 산업계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가스의 1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온 네덜란드도 같은 달 탈탄소를 위해 35%로 억제했던 석탄화력발전의 이용률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화석연료 투자 없인 위기 종식 어려워

 

 

1973년 1차 오일쇼크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가격 인상을 목표로 원유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발생한데 비해 이번 위기는 환경을 중시한 성급한 탈탄소에 따른 공급축소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해소하려면 탈탄소와 원유수급 안정을 균형있게 도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탈탄소 지상주의에 빠져선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가변 재생에너지가 간헐성, 막대한 계통비용 등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정교한 이정표가 글로벌 치원에서 수립돼야 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이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세계 에너지 위기는 각국이 지금까지 취해온 에너지 정책에 헛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각국이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1차 에너지 소비에서의 가스 세계시장 점유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요국 정치인들은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낮게 억제하고 에너지 기업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동원함으로써 에너지 기업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자금 여력을 빼앗고 있다. 이러한 식으로는 화석연료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없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는 석탄의 시대였고,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다. 21세기 들어 재생에너지가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금세기 전반까지는 수송이나 저장이 용이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화석연료가 여전히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점에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탈탄소를 추진하면서도 화석연료의 국가비축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지속될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하를 낮추는 청정 에너지 기반을 구축하는게 중요하지만 당면한 위기 상황에서는 공급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국내 에너지기업들은 리스크가 높긴 하지만 안정적 자원확보를 위해 상류 부문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냉탕온탕식 자원정책부터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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