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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세제 및 원유 수입관세 개선 필요성 /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안창남 교수
  • 작성일2022/06/17 00:00
  • 조회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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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세제 및 원유 수입관세 개선 필요성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물가상승과 스테그플레이션 발생

 

 국내 경제가 심상치 않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도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하고 있다. 2022년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월보다 0.7% 상승하였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5.4% 상승하였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석유류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나 올랐는데 이는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통계청 발표자료).  

 물가가 오르면 빈부격차 확대는 물론 고소득층 보다 중산층과 서민층이 더 타격을 받는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임금상승이 수반되지 않으면 세금처럼 봉급생활자의 지갑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인플레이션 세(inflation tax)'의 효과가 발생한다. 세계은행(IBRD)은 저성장ㆍ고물가 상황이 짧아도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정책의 딜레마

 

 정부의 경제정책도 수립에도 한계는 있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의 파고를 넘자고 돈을 풀자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불황이 우려되는 딜레마 상태다. 현재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금융 분야에 충격이 집중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다르다. 과거 위기 때 경제여건이 괜찮은 다른 지역 수출을 늘려 짧은 기간에 위기를 극복하였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이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출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단기적으로 물가 급등으로 인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의 투자 활력을 높이는 '민간 주도 성장'에다가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규제혁파 + 구조개혁)’을 근간으로 경제대책을 짜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에너지와 관련된 세금이다.

 

 

 

원유 무관세를 실행하지 못했던 까닭

 

 현행 세제에서는 원유수입에 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이 원유를 이용하여 생산한 제품(휘발유 등)에 대해서는 교육세, 주행세,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는 물론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들 세목은 직접세와는 달리 모두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결국 실제적으로 부담한다는 점에서 더욱 정책수립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가가 오르면 실제소득이 줄어들어 서민층과 중산층이 고통을 받는데, 이들이 석유제품의 최종소비자가 될 경우 또 다시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등의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에너지세 축소는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원유에 부과되는 관세,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에너지세가 없애거나 감소시킬 경우 기업의 석유제품 생산원가가 낮아져서 이는 제품 판매액이 인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정책을 실행하지 못할까. 세수입 때문이다. 더 솔직한 답변은 에너지세를 줄여주었어도 석유 제품 값은 상대적으로 덜 인하되는 추세이므로, 이렇게 되면 정부는 세수입을 일실(逸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관련 기업의 이익만 늘려주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세금을 걷어 이를 재원으로 삼아 서민층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이론에 비추어 보면 몇 가지 고려할 점은 분명 있다.

 

 

 

세수입 우선이냐 물가안정 우선이냐

 

 원유수입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유를 수입하여 가공하고 제품을 만든 뒤 다시 수출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원유 생산원가 보다 낮은 외국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공정한 가격 경쟁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른바 관세의 국내산업 보호와 수출촉진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유(비경쟁 원료)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론과는 배치된다.

 또한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원자재 수입에는 낮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완제품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경사관세구조(Tariff Escalation System)'를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원유 관세정책은 이와 차이가 있어 그만큼 석유업계의 국제적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산유국에서 정제한 완제품 석유를 수입하는 대신 원유 수입국이 자국 내에 정제 설비를 건설해 직접 석유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소비지 정제주의, 消費地 精製主義)에도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

 

 세수입을 우선으로 할까 아니면 물가안정을 우선으로 할까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주변 사정이 악화되면 물가안정으로 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2월 28일 관세법 제71조 제1항 제2호(할당관세)에서 규정하고 요건 즉, 수입가격이 급등한 물품 또는 이를 원재료로 한 제품의 국내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하는 명목으로 원유(나프타 및 LPGᆞLNG 제조용)에 대해 기본세율 3% 대신 0.5%에서 2%의 할당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할당관세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고 현재 시행 중에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는 그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공급측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여러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고 이어 "물건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막힌 걸 단기적으로 뚫고 비용을 줄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할당관세의 재조정 및 석유업계의 노력 필요성

 

 사정이 이렇게 비상시국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단기간이라 할지라도,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를 다시 재조정하여 무관세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석탄·철광석 등 필수 원자재에는 이미 관세율 0%가 적용되고 있고, 요소수 파동 때는 한시적으로 0% 관세를 적용하기도 했다.

 한편, 석유관련 업계에서도 원유의 무관세 정책이 오롯이 기업만의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하한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실증 분석하여 제시하고 아울러 그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간 업계의 수많은 감면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가 수용을 하지 못한 이유는 '세율을 인하해주어도 휘발유 값은 제자리'라는 세간의 혹평과 반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층적 구조의 소비세 부과 구조 시정

 

 휘발유 값에 붙는 다층적 세금 구조 역시 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휘발유 값에는 〔관세 + 석유수입부과금 + 교육세 + 주행세 +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는 국가가 걷는 세금을 포함한 가액에 10% 세율이 부과되며, 교육세나 주행세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액에 덧붙여 징수한다. 즉, 세금에다가 세금을 더하는 셈이다.

 그런데 직접세와는 달리 간접세는 최종소비자가 부담한다. 중간 유통단계에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그 최종소비자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포함된다. 세금을 낮추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세수입이 줄어들어 이들의 지원에 대한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유가보조금(화물 운송료 부담 경감 목적)이나 경차 유류세 환급제도(일반 운전자)를 통해 그 차이를 조정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최종소비자가 실감할 정도로 완화된 것은 아니다. 

  결국 세금우선이냐 아니면 생산원가의 절감을 통한 물가안정을 꾀할 것인가의 선택은 오롯이 정부 몫이다. 그러나 그 정책목표가 물가안정화 및 중산층과 서민층의 보호라고 할 경우, 현재와 같은 원유 과세체계 및 지원제도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비상한 경제시국이니 만큼 이에 걸 맞는 개선방안이 제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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