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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석유가스 산업 / 한양대학교 성원모 명예교수
  • 작성일2022/06/02 00:00
  • 조회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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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석유가스 산업

 

 

 


성원모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우리 인류는 주 에너지원인 화석에너지에서 탄소 배출 제로인 원자력이나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기까지는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100~15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믹스 기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토탈, BP, 쉘 등 유럽의 메이저 석유 회사들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넷제로(Net-zero)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이 결코 유가스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즉, 배출하는 탄소량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사업을 확대해서 순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석유 개발, 생산, 정유를 주요 사업으로 이어가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해가며 에너지 전환 시대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기후 온난화의 해결책이 단기간 내에 석유 시대의 종식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에너지 믹스를 시간적으로 간략히 살펴보면(그림 1), 석유 사용이 가장 먼저 감소되고 이 추세도 어느 시점부터는 급격한 감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또한 전 세계에서 석유 소비가 사라지는 시점까지 50~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된다. 그 다음은 천연가스 사용의 감소이다. 이 천연가스 소비가 급격히 감소되는 시점은 석유 소비 감소 경향과는 다르다. 이는 천연가스 즉 메탄가스를 사용하여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부가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활용하거나 또는 대규모로 격리가 가능한 지하 암반 지층 내에 지중격리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단계를 모두 거쳐서 생산된 수소가 블루수소이다. 이 블루수소는 진정한 그린수소 시대가 오는 100~150년 이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블루수소가 대세를 이루는 동안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시적이긴 하지만 활용 또는 지중격리 즉 CCUS가 적극 실행되어야 향후 우리나라 국가경제에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버텨낼 수 있다.

 

 

 

미래에 블루수소 시기가 지나가는 그 이후부터는 안전성만 확보되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이나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의해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되는 수소 즉 그린수소 시기가 도래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려면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맞추기 위해 대규모 저장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저장 시스템은 지하 지층 내에 저장하는 방법이 유일한 길이다. 즉, 지하의 고갈 가스전이나 심부층의 미개발 석탄층 또는 심부 대수층에 저장 해 두었다가 꺼내 쓰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되면 그때가 진정한 그린수소 시대가 된다. 어쨌든 21세기 동안의 수소 부문만 놓고 본다면 블루수소와 그린수소가 함께 공존하며 가지만 블루수소는 증가 추세가 둔해지고 그린수소는 상승한다(그림 2).

 

 


 

 

 

 

향후 최소 100년 이상은 석유가스 산업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2050년이면 끝나는 것으로 잘못 오해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석유가스와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시기 조절과 에너지원의 믹스에 수반된 지중저장과 같은 기술들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우리와 같이 자원이 없는 에너지 빈국에서 미래에는 오히려 에너지 강국 즉 에너지 독립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석유가스 산업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에도 상당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지만 석유가스 탐사가 축소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한 현실이다. 이에 석유와 가스 가격은 다시 상승하게 되고 이러한 유가 변동은 세계의 여러 가지 국제질서 및 기후환경 변화 요인 등에 따라 과거와 같은 침체기와 부흥기를 수년의 사이클로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변동성은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와 산업에 거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석유 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그리고 석유 하류부문의 정유 관련 산업은 GDP와 고용 등 국가경제에 과거보다 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IEA의 전망을 보면 전 세계 석유가스 소비량이 2040년까지도 계속 증가하여 장기적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우드맥킨지社는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전환을 가장 공격적으로 본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 이후에서야 매년 2~3%씩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목표할 것은 석유 사용의 증가세를 멈추고자 하는 것이지 석유의 사용 자체를 급격하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즉, 에너지 전환 시기에는 주 에너지원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성 있는 적정한 개발 비중을 고려한 균형 있는 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석유가스의 사용은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하겠지만 적어도 21세기 동안엔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일정 정도 과거의 역할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가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정치권에 휘둘려서 정책이 십여년에 걸쳐 오락가락하여 현재 석유가스 자원을 실질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민간기업은 대부분 접고 23개에 불과한 실정으로서 거의 뇌사상태에 있다. 석유가스 자원을 개발하고 있던 공기업마저도 진행되고 있는 유가스전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석유가스 사업은 장기적인 사업으로서, 일례로 국내 모 민간기업이 탐사,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하고 있는 가스전은 탐사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총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 장기 사업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저유가 시기에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지만 고유가 시기에는 엄청난 흑자를 가져온다. 그러나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한국, 중국, 일본 중, 저유가 시점에서 중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매각을 서두르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과 접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정치권에서도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10여년간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정책을 실행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 석유가스 사업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원을 적극 나서야 한다. 게다가 석유가스 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갈수록 민족주의화가 강화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이에 한 가지 바라는 마음은 정치권과 정부가 어떠한 정치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설치함이 급한 현안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에너지 전환과 함께 석유 수입국인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석유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꿈을 품어야 하겠지만, 그 목표 달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석유가스가 주 에너지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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