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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초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에너지·자원 안보를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조홍종 교수
  • 작성일2022/04/15 00:00
  • 조회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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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에너지·자원 안보를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초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을 넘어서고 미국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5을 넘어서는 등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들 전쟁의 영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씨앗은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부터 잉태되어 있었다. EU와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하고 있으나 전 세계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공정이 존재하고 연료가 필요하다. 그러한 경제 현실을 가만할 때 화석연료 가격 폭등이 내재되어 있었다.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못하도록 택소노미를 만들고 다양한 ESG 투자를 강제하면서 기존 원유나 천연가스에 대한 자원개발투자가 배재되는 과정에서 이미 공급부족은 예정되어 있었으며 전쟁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각국 주요정부의 탄소저감 정책은 투자 기회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투자로 변경할 수 밖에 없으여 이러한 기류가 현재의 에너지 가격 폭등을 일으킨 원인인 것이다.

 

 

화석연료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모든 투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기자동차로 몰리는 동안 관련 광물, 원자재, 소재 및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리튬이 약 500%, 니켈이 약 250% 오르는 등 코발트, 망간, 구리에 이르기까지 안오른 광물자원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떨어지기만 한다고 가정했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배터리 단가 상승으로 ESS 설치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 재생에너지 가격 오름세는 이제 시작의 문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배터리 가격 증가로 전기자동차 가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테슬라를 위시로 한 전기자동차는 올해 $10,000 이상의 차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어서 가격 부담에 소비자들은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심지어 중고전기차 가격이 신차보다 더 높은 기현상도 목격되며 향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수요패턴이 가격부담으로 주춤할 것이라 예상된다. 전기차량 구입비와 충전전기 단가가 동시에 상승하고 보조금이 줄어들 예정이어서 지금까지 호황을 구가하던 전기차 시장도 어느 정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가격 증가와 친환경비용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 Greenflation)이 현실화하면서 드디어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마감하고 초인플레이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1990년 이후로 주요 선진국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타겟팅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잘 관리했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의 급격한 인상을 거의 경험한 적이 없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제조업 국가들이 막강한 효율성과 낮은 에너지 가격을 바탕으로 물건을 공급함으로써 미국과 EU 등의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마음껏 쓰고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이제는 디플레이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고 선진국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며 초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그 피해가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 정세와 경제 변혁의 과정에서 지난해에 우리는 성급하게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키며 14번에 탄소중립 법제화 국가임을 선언하고 말았다. 법안을 작성할 때는 예산안이 첨부되어야 하는데 본 법안에는 비용미첨부사유서로 대체하고 예산안이 없으며, 사유는 모두 추계불가로 되어 있다. 즉 법안을 만들 때 비용이 얼마나 들지와 예산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자원에 대한 에너지·자원 안보적 차원의 가정이나 고민한 흔적도 어디에도 없으며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하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근거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수급 문제로 인한 가격 폭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에 대한 제시도 되어 있지 않다.

 

 

2030 NDC 목표를 상향함으로써 서구 선진국이 40여년에 걸친 과정을 우리는 12년 만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연간 4.18%라는 전 세계 최고 저감률이라는 무리하고 과도한 목표만이 우리 손에 남겨져 있다. 무리한 목표 설정과 더불어 수단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일변도로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2030년까지 적어도 125GW 수준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야하는 데 이는 현재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4배 정도를 8년 안에 증설해야 한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설치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까지 고려하면 그냥 소설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리고 설치한다고 해도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질적, 양적 수준을 고려하면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균등화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은 고정투자비와 운영유지비만을 가지고 계산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의 LCOE에 재생에너지의 본원적 문제인 간헐성, 변동성 보강비용과 계통연결비용, 폐기물비용에 ESS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System LCOE를 계산하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전혀 저렴하지 않으며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경제적인 전원이라고 말할 수 없다. 최근 광물자원 가격 폭등과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발전단가가 급격히 떨어지기도 어려운 현실인 점을 가만하면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위주의 경제로 진행하는 속도는 급격히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에너지 수급 위기와 재생에너지 단가 상승을 전망해 볼 때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에너지·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통적인 에너지·자원 안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에너지원과 자원의 개념을 확장하고 사이버 보안까지를 포괄하는 새로운 에너지·자원 안보의 개념을 정립해야할 시점이다. 더블 그린플레이션이 향후에 우리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자원 안보적 차원의 경제정책 목표 설정과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할 막중한 책무가 신정부에게 주어진 것이다.

먼저 국내 경제 현실이 처한 상황에 기반한 에너지·자원 안보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 등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지닌 제조업이 GDP의 30%를 차지함과 동시에 대부분 수출기업이라는 현실이다. 현재 수출입액은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나 경쟁력도 막강함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들이 ESG경영, RE100 및 택소노미 등을 강요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강제와 친환경 비용 증가는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U가 EU-Taxonomy와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을 내세워 한국,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제조업의 비교우위적 상황을 탄소가격을 높여서 역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무작정 EU 등이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을 따라가는 국제적 동조만이 방법이 아니고 통상적 대응과 협상을 통한 조정을 잘 이끌어 가야 하며 국제적 역학관계에 기초한 에너지·자원 안보 태세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에 다시 나서야 한다. 그 동안 해외자원개발은 과거 정권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입에 올리면 안되는 매우 조심스러운 단어가 되어 버렸다. 과거의 실패들은 전문가 집단의 의사가 주도적으로 반영되었다기 보다는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수들과 공기업을 도구로 삼고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과정의 거버넌스적 차원의 실패로 평가해야한다. 그래서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시점이 panic buying 형태로 나타났으며 단기적 의사결정과 단기 수치 위주의 성과중심주의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인다. 이제 다시 새로운 개념의 해외자원개발을 중심으로 에너지·자원 안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원유, 천연가스, 석유제품을 포함한 전통적인 자원의 중요성과 위치를 재확인하고, 광물, 원자재, 소재, 부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제조업과 산업이 필요로 하는 밸류체인 전반과 공급망 전반에 걸친 에너지·자원 안보 개념이 수립되어야 하며 추진 체계도 다시 설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저장소를 찾아서 해외를 누벼야 한다. 최근 SK가 호주 가스전을 구입하고 CCUS를 활용하여 탄소중립 LNG 도입을 계획함과 동시에 나중에는 CO2 매립지로 사용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EPC 사업임과 동시에 친환경 사업으로 확장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수소경제가 다가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해외자원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블루수소와 그린수소를 포괄하는 청정수소 도입과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기술 개발과 해외 수소 선진국과의 협업도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전통적 자원인 원유, 천연가스 해외자원개발도 다시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화석연료는 여전히 유효한 자원이며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그렇다고 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석유산업의 경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열분해유 등에 대한 세제 지원과 탄소저감 기술을 M&A 하는 경우에도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대업의 공제 비율도 높이는 등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체제 전환을 대비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선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기업들의 산업 전환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적극적인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추진하며 국제 경쟁력 유지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자원 안보는 신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여야 하고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신산업 창출까지를 모두 고려한 종합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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