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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
  • 작성일2022/04/15 00:00
  • 조회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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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1. 개 요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시작되었다. 두바이유 가격 기준으로 지난 3월 9일 배럴당 127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전략비축유가 방출되고 당초 우려했던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재는 100달러 내외 수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쉽게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최근 전반적으로 원유 공급 능력이 부족하여 시장 내 수급 상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고유가는 달갑지 않다. 에너지와 산업 활동의 상당 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고유가는 한국 경제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산업경쟁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

 

 

 

 

2. 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오래전부터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 특징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있다. ‘자원빈국(資源貧國)’, ‘중후장대(重厚長大)’ 등이다. 즉, 한국은 국토의 크기도 작고 부존자원도 없어 많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원의 경우 원자력이나 아직은 그 발전 비중이 미약한 신재생을 제외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은 100%를 밖에서 사 와야 한다. 특히, 석유는 운송 수단의 연료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그 파생 제품이 경제 전반에 사용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중화학공업 중심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BP(British Petroleum) 및 IMF 통계를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OECD 37개 회원국(38개국에서 코스타리카는 데이터의 부재로 제외)에서 경제 규모 대비 가장 많이 원유를 소비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경제는 명목 GDP 1만 달러를 만들어 낼 때 5.7배럴의 원유가 사용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의존도 2위인 캐나다(5.1배럴)와 차이를 보일 정도로 독보적이다. 나아가 주요 제조업 부문 경쟁 국가인 미국(3.0배럴), 일본(2.4배럴), 독일(1.9배럴)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참고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원유소비량을 기록한 국가는 스위스로 명목 GDP 1만 달러당 0.9배럴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 경제 전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이라는 기업은 다른 기업(국가)에 비해 동일한 경제 활동을 하는데 원유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기업은 생산비가 증가하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라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이 다른 기업(국가)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은 거의 완전경쟁시장이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작은 가격 차이만으로도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크게 변할 수 있다. 물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가격 선도력이 있기에 그러한 영향을 덜 받을 것이지만, 불행히도 우리 주력 산업들은 대부분 산업경쟁력이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제품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고 시장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시장점유율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익은 감소하고 투자여력이 축소되면서 멀리 보면 기업의 미래성장력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투입산출표를 이용한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국내 주요 산업별 유가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 압력을 계산한 결과를 보면, 2022년 국제유가가 일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가장 높은 원가상승률을 보인 산업은 제조업에서는 정유산업 그리고 유틸리티·서비스업에서는 전력, 가스 및 증기 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업의 원가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당연히 원유와 같은 에너지 원자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정유산업의 원가상승률은 23.5%인데 이는 2022년 국제유가 즉 원유도입단가가 일평균 배럴당 100달러가 될 경우 산업 전체의 비용상승률이 전년대비 23.5%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언급되었던 전력, 가스 및 증기 산업의 원가상승률도 20.2%에 달한다. 그 밖의 산업에서는 제조업은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고 산업 원부자재의 원천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에 의존하는 바가 큰 철강(5.3%), 화학(4.8%) 등의 기초소재산업의 비용상승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선박(1.5%), 자동차(1.4%), 건설(1.2%) 등도 비교적 높은 원가 상승압력이 발생한다. 반면 반도체 등의 IT제조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에서는 도로운송산업(5.0%)과 항공운송산업(5.0%) 등이 높은 원가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 원가 상승압력만으로 산업경쟁력의 변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실적인 시장 여건을 고려한 경쟁력의 변화는 또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유산업은 원유 도입과 제품 출하 시점 간의 시차로 유가 상승기에는 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정유 시장은 과점의 형태라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다. 반면 석유화학 산업은 정유산업으로부터 나오는 중간재인 나프타를 중요한 원자재로 사용한다. 따라서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이 오르고 이는 높은 비용 상승압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석유화학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라 제품 가격에 비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석유화학 산업은 세부 업종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유가 상승이 전혀 반갑지 않다.

 

또 다른 현실적인 여건으로는 시장수요의 변동이다. 조선업은 주된 재료인 후판 가격이 상승하겠으나, 국제유가 상승은 탱커와 플랜트 수주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비싸진 기름값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키는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시장 여건 자체가 유가 충격을 배가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로 항공업이다. 항공운수업의 영업비용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간다. 더구나 최근 국제항공 수요의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3. 시사점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비용 절감이다. 유가 상승은 원부자재, 임금, 지대 등 다른 생산요소의 가격까지 높이는 영향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무엇보다도 영업비용을 줄이는 데에 주력해야 함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핵심 원자재 시장 상황에 맞는 단계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그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다만 전사적(全社的) 비용 절감 캠페인 등과 같은 것은 비록 직원들이 경영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는 효과는 있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치부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면서도 오히려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둘째, 항상 석유를 포함한 중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기업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 전담 부서와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증권·투자사, 컨설팅사와 같은 사외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시장 내 가격 변동성뿐만 아니라 공급망 자체의 교란이 문제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부자재와 제품의 재고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DX(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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