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2022년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
이 달 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지난해 국제 원유가격은 연중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 원유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2020년 4분기 배럴당 44.64 달러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여 2021년 4분기에 배럴당 78.37 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일일 최고가격은 2021년 10월 25일에 기록한 84.37 달러였다. 2021년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69.41달러로 2020년의 42.29 달러에 비해 64%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 원유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요인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세계 석유수급의 불균형에 있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석유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러시아 등 이른바 OPEC+로 불리는 감산 협의체가 생산량을 효과적으로 통제한 결과다.
2021년 세계 석유수요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상승과 경제활동 정상화로 전년보다 6.1% 증가했다. 양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이 수요 증가를 주도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기여율이 51%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요와 비교하면 3.1%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석유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OPEC+는 2021년 상반기 중 감산 완화(증산) 계획을 수차례 변경하여 당초 계획보다 공급이 축소됐다. OPEC+는 5월 이후 일정 규모의 물량을 점차적으로 증산했지만 석유수요 증가분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더해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원유생산 차질과 가스 대체 석유수요 발생이 수급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면서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8월 하순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Ida)의 영향으로 8월과 9월 미국 원유생산이 감소했다. 멕시코만의 원유생산은 미국 전체 원유생산의 15%를 차지한다. 또한 동절기를 앞두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전부문과 산업부문 등에서 가스를 대체하는 석유수요가 추가로 발생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의한 달러화 강세, 미국과 주요 석유소비국들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등은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 연준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0.0~0.25%)로 유지하고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연준이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해 올 3월에는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유 선물시장에서 투기성 자금이 유출되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때는 상품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아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이동한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 11월 23일 유가 안정을 위해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석유소비국들과 공조해 자국이 보유한 SPR 5천만 배럴을 2021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 11월 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석유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했다.
2022년에도 국제 원유가격은 세계 경제 상황과 석유의 수급, 달러화의 가치, 지정학적 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세계 석유수요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예상했다. 이렇게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2022년 석유수요는 지난해보다 하루 약 350~400만 배럴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소비량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루 550만 배럴 증가에 이어 올해도 괄목할만한 수요 증가다.
세계 석유공급은 OPEC+의 감산 정책과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여부가 불확실성이 크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OPEC+가 기존에 합의한 사항은 2022년에도 매월 하루 40만 배럴 규모로 감산을 완화(증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OPEC+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종래와 같이 매월 초에 그 다음 월의 증산 여부와 증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OPEC 회원국이지만 감산 의무에서 제외된 이란의 원유생산은 미국이 JCPOA에 복귀하고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를 해제할 경우 6개월 이내에 하루 1백만 배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1월 29일 JCPOA 복원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간접 협상이 5개월 만에 재개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이었던 2018년 5월 JCPOA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대해 원유수출을 제재해 왔다.
그런데 예상되는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과 미국 등 비OPEC 산유국으로부터의 공급 증가분을 고려하면, 2022년에 OPEC+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 1월 보고서에서 2022년 미국의 원유생산이 전년 대비 하루 64만 배럴 증가하고, 천연가스액(NGL)과 바이오연료 등을 포함한 총 공급은 전년 대비 하루 119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정체됐던 미국의 공급이 유가 상승과 자본투자 확대로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원유생산은 셰일업체들의 투자자 배당 확대, 재무구조 개선으로 시추(drilling) 투자가 제한되어 과거 유가 상승기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외에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생산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남미의 브라질과 가이아나에서는 신규 유전 가동으로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2022년 전체 비OPEC 공급은 하루 300만 배럴 내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OPEC+가 기존 합의대로 매월 하루 40만 배럴의 증산을 실시한다면 2022년 세계 석유시장은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JCPOA 복원과 함께 이란의 생산이 증가할 경우 공급 과잉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물론 OPEC+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2017년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의 감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여서 OPEC+가 계획된 생산량을 다시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세계 석유시장은 수요 초과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것이고, 이는 2022년 국제 원유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유가의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앞당기고 2022년 중 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 계획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요인의 유가에 대한 영향은 수급 요인에 비하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OPEC이 점진적으로 생산을 늘리면서 OPEC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점차 줄어든다는 점은 유가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유 생산능력이란 생산 가능한 설비능력에서 실제 생산량을 뺀 것을 말한다. 에너지정보업체 EI는 2022년 12월에는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하루 3백만 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1억 배럴에 육박하는 세계 석유소비량과 비교하면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국제 석유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체해서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시기에는 원유 구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석유시장에서 발생하는 조그만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도 곧바로 유가가 상승한다.
그 외에도 2022년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들은 많다. 지정학적으로는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사우디 연합군과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Houti) 반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이 연기된 리비아의 정세 불안은 여전하다. 남중국해 문제, 무역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분쟁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실제적인 공급 차질 또는 공급 차질 우려는 유가의 상승 요인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국제 원유가격은 세계 석유시장이 초과 수요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됨에 따라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월 중 유가가 지난해 최고가격을 넘어 7년 만의 최고가격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감소했던 수요가 강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OPEC의 여유 생산능력 부족 등으로 연평균 유가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국제 원유가격은 연중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70 달러 중반에서 연평균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석유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OPEC+가 당초 계획보다 강화된 감산 정책을 시행할 경우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80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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