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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열린 논의를 바라며 / KAIST 배충식 교수
  • 작성일2021/08/12 00:00
  • 조회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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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열린 논의를 바라며


 

배충식 (KAIST 교수)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85일 탄소 감축 목표 초안을 발표한 이후 뒷말이 무성하다.‘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사회라는 비전을 지향하여 작성한 세 개의 안을 제시하였다. 이 안은 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탈루, 흡수원, CCUS (탄소포집활용 및 저장), 수소 등 9개 부문의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세 개 안의 차이는 주로 석탄발전 유무, 전기차·수소차 비율, CCUS 과 흡수원 확보량 적용 방법 등으로 차별화 했다.

이 초안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추진 과정에서 산업경쟁력 약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진정한 탄소중립에서 멀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으며 배출량이 0인 한 개의 시나리오로만 추가 논의를 하자고 주장한다. 시나리오 작성에서 소외된 관련 전문가들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로서 다양한 기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소요 예산이나 비용 설명이 없는 함량 미달 로드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발전부분에만 비용이 수십조가 든다는 의견부터 전체적으로 일천수백조가 소요된다는 전망까지 등장하였다.

이렇듯 다양하게 상반된 반응 만큼이나 정답이 없는 시나리오 설정의 어려움을 보여 준다. 태양광·풍력 발전을 위시하여 CCUS, 수소환원제철, 배터리전기차, 수소연료전지, e-fuel (신재생에너지전기를 이용하여 합성한 연료, 탄소중립연료) 등 내용에 포함된 많은 기술들은 모두 이상적인 기술들이지만 보조금 없이 상용화되거나 실현될 수 있는 시점을 단정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것들이다.

지난 15년 동안 2050년 이후의 에너지기술 전망을 발표한 국제에너지기구 (IEA)도 올해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내놓았던 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서 효율개선, 신재생에너지, 연료전환, 원자력발전, CCUS 순으로 중요한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분류법으로 볼 때 우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빠진 것도 있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균형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원자력은 빼고 신재생에너지를 주로 강조한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계산하다 보니 경직되고 어설픈 느낌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북반구의 경제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만으로 2050년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태양광 자원 강도가 높은 적도 지방 국가에서 발전을 하고 이로부터 수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에 이어 에너지밀도가 높은 액체 (메탄올, 암모니아 등)로 변환하여 에너지 저장 및 수송을 통하여 국제적 신재생에너지 교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전기화에 더하여 수소, PtX (Power to X :전기를 이용한 액체 [PtL] · 기체 연료[PtG])가 산업, 수송, 건물에 감축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30년 전망에서 독일 자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이용해 생산한 e-fuel 보다 모로코에서 발전한 전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이산화탄소 발생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계산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경로도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지난 달 폭서에 따른 전력난에 석탄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하였던 현실을 고려하면, CCU (탄소포집 및 활용) 기술이나 원자력안전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가속화 하고 탄소중립시대에 경제성 있는 기술을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효율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기술에 e-fuel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저감을 극대화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를 기한다는 점에서도 수송부분의 고효율 기술과 CCU기술의 결합 또한 의미가 크다.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35년으로 설정한 핀란드의 경우는 이미 e-fuel 에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 당장 탄소를 없앨 수도 없고 탄소는 어짜피 생활에 우리에게 필수적인 원소이다. 단지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나 메탄 발생을 줄이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

초안 발표 이틀 뒤 7일에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출범했다. 탈원전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대토론을 거치던 방식을 연상케 한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한다는데 정작 전문가들은 계산이 부족해 보인다 하니 이쯤 되면 어딘지 궁색해 보이고 서두르는 느낌이 많이 든다.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대장정에 환상적인 목표를 정하는 일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술 수준 평가, 기술 혁신 투자, 비용 평가 및 추산, 산업과 사회 영향을 고려한 공정 전환, 국제적 교역을 고려한 탄소 중립 성능 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태그

#탄소중립|#e-fuel|#CCUS|#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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