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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가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작성일2020/11/18 00:00
  • 조회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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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결과가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 달 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제시한 에너지 정책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추진해온 에너지 정책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화석에너지 개발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이었다면, 바이든 당선자의 공약에 나타난 정책 기조는 화석에너지에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다. 그러므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미국의 대선 결과는 자국 내 석유산업은 물론 글로벌 석유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국 내 부존자원을 개발해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등 다른 국가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자 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석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규제들을 완화했다. 대표적인 것은 2010년 멕시코 만 마콘도 유정에서 원유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 강화한 해상유전 개발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그리고 석유와 가스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에 대한 배출 규제도 완화했다. 트럼프는 또한 기업평균연비제도(CAFE)를 통해 오바마가 설정한 자동차 연비 규제의 목표치를 대폭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한 세제 개편은 석유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셰일에너지 업계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았다.

미국의 원유생산은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유가가 하락하기 이전 3년 동안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하루 340만 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세계 전체 석유수요 증가분인 하루 370만 배럴에 근접하는 물량이다. 그리고 20194분기에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한 석유의 총 수출이 총 수입보다 큰 순수출국이 됐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석유공급 확대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11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은 트럼프가 폐기한 화석에너지개발과 관련한 규제와 자동차 연비 기준 등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연방공유지에 대한 신규 에너지 개발도 금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공유지는 미국 국토 면적의 사분의 일에 달하고, 현재 석유생산의 20%와 가스생산의 14%를 차지하는 구역이므로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에 적지 않은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정유기업들에 대한 바이오연료 혼합비율 의무도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스톤 XL과 다코타 엑세스 송유관 등 추가적인 화석에너지 인프라 건설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국 석유산업의 강력한 후원자로서 원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바이든에게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인 감산 참여국들(OPEC+)의 감산 체제가 와해되고 유가가 급락세에 접어들자, 곧바로 양국을 압박하여 감산 체제를 복원하도록 함으로써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기한 이란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복귀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이란에 대한 원유수출 제재를 철회할 경우, 원유가격은 상당 기간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란은 미국의 셰일오일과 성상이 유사한 초경질원유인 컨덴세이트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여서 원유 수출시장에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또 하나의 OPEC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감산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증가는 OPEC+ 감산 공조 체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바이든이 제시한 에너지 관련 분야의 공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두드러진다.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의 탄소 제로 배출과 2050년 미국 전체의 탄소 배출 제로가 목표다. 바이든은 집권 후 4년 동안 2조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20176월 선언한 파리협약 탈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선거 다음 날인 114일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바이든에 의해 재가입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선거 공약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환경 의무를 지키지 않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한 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탄소조정세 도입으로 이어지면, 국제 통상의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석유산업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자국 내 석유산업과 글로벌 석유산업에 대해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 내에 파괴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을 바꾸기 위한 법률 개정과 제도 변경은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석유산업이 미국의 경제와 정치에서 가지는 위상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석유산업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대외 전략의 관점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에너지 자립이라는 미국의 정책 목표는 제2차 석유위기를 겪은 직후인 1980년에 출범한 공화당 레이건 행정부를 시작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왔다. 심지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에너지 자립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셰일오일 붐으로 이룩한 미국의 에너지 자립 기반을 확실한 대안 마련이 없이 허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셰일오일 붐은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본격화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글로벌 석유산업의 여건은 변하고 있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에너지에 의존해온 에너지 공급 체계를 풍력태양광지열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에너지 공급 체계로의 대체를 추진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각국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이 경기 부양을 위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는 재정정책과 연결되면서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었다. 미국 대선 결과는 그러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함에 따라 세계 석유수요를 당초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석유수요의 둔화는 석유제품 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직면한 위기다. 설령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원유수출을 허용해 국내 석유기업들이 컨덴세이트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류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 석유산업에게 국내외 석유수요의 둔화만큼 중대한 여건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기업들은 변화하는 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석유화학용 원료인 납사의 비중이 증가하고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의 비중이 감소하는 석유제품 수요의 구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제시설을 조정해야 한다. 원유의 도입으로부터 정제, 유통, 소비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서 환경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연관 분야로 사업을 더욱 다각화하는 한편, 해외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내 석유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를 통해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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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바이든행정부|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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