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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산업의 탄소중립 노력은 시작되었나?
  • 작성일2023/08/02 10:09
  • 조회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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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산업의 탄소중립 노력은 시작되었나?

 

 

상병인 교수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2010년 대기 중의 CO2 농도가 400 ppm을 넘어서면서 탄소중립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여 UNFCCC는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에게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제출하도록 권고하였으며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여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기 위해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2021년 11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였다. 또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1년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2018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2위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 260.5백만 톤CO2 eq을 2030년에 222.6백만 톤 CO2 eq, 2050년에 51.1백만 톤CO2 eq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산업부문에서 정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으로 15.9 백만 톤CO2 eq이며, 석유화학 부문까지 포함하면 62.8백만 톤CO2 eq에 달한다. 정유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요구를 받고 있다. BP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50 GW 수준으로 증가시킬 예정이며, Exxon Mobil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CCS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수소를 활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Shell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 풍력, 수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반에 걸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Shell이 판매하고 있는 운송 연료 중 바이오 연료 및 수소 에너지 비중을 1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국내 정유업계도 2021년 3월 ‘정유업계 탄소중립 협의회’를 발족하고, 고탄소 연료(B-C유)에서 저탄소 연료 (LNG)로의 전환, 바이오 항공유 생산 등 다양한 탄소중립 달성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2022년 4월에는 산업부와 정유업계가 공동으로 ‘정유업계 탄소중립 기술개발 이행안 발표회’를 개최하여 산업부와 대한석유협회 공동으로 수립한 ‘정유업계 탄소중립 기술개발 이행안’ 발표를 통해 향후 정유업계가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정유업계 탄소중립 지원을 위해 2022년부터 ‘탄소순환형 정유제품 생산 탄소 ·활용(CCU)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50 탄소중립 달성 가능성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2030년이 불과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정유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와 공정 또한 추진 로드맵이 구체화되어 발표되거나 정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부족한 준비와 투자 의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 항공유 (Suatainable Aviation Fuels, SAF) 생산과 보급에 대한 대응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27개 회원국은 SAF 도입을 의무화하는 ReFuelEU 법안에 최종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부터 EU 회원국들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 사용 비율을 2% 이상 사용해야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2030년 6%, 2035년 20%, 2050년엔 70%까지 상향 조정된다. SAF는 기존 화석 연료가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폐기물, 바이오 가스 등을 원료로 하여 생산된 친환경 항공유로 탄소배출량이 기존 화석연료 유래 항공유보다 40~80% 적지만 가격은 아직 2~5배 가량 비싸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휴유증으로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SAF와 기존 항공유 간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고 미국은 SAF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에 따라 세제 혜택을 지원키로 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미국내에서 유통되는 SAF에 갤런당 최소 1.25~1.75달러의 세액 공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새로운 항공유인 SAF 도입을 위한 세계 각국의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SAF 수요량이2025년 80억톤에서2030년 230억톤, 2040년 2290억톤, 2050년 4490억톤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SAF 시장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네스터 오일(NESTE OIL),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쉘(Shell) 등 세계적인 정유회사들이 저탄소, 바이오연료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중이다.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과 같은 친환경 바이오연료의 보급, 확산에 부정적인 자세를 유지해 오던 우리 정부와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국제간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항공유의 특성에 어쩔 수 없이 바이오연료를 혼합하는 국제적인 흐름에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바이오매스 기반 연료에 대한 부정적인 기조는 크게 변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가능하면 현재의 정유공정을 최대한 활용하여 SAF 최소 혼합에 필요한 물량만을 생산하려 한다. 또한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에 활용되는 유지계 원료를 활용한 HEPA-SAF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 유지계 원료를 확보하는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 육상 내연기관이 축소됨에 따라 유지계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의 사용도 줄어들 것이 예상되지만 세계적으로 유지계 원료를 활용한 HEPA-SAF 생산이 본격화되면 원료의 가격은 상승하고 원료 확보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정유업체 들은 신규 원료로부터 SAF를 생산하는 공정에 대한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HEPA-SAF 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에만 몰두해 있는 국내 정유업계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SAF에 대한 대응 방식이 국내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의지와 자세의 전부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 국내 정유업계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에는 충분한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 정유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되어야 하는 그린수소, e-fuel, 다양한 바이오 연료 생산 등 탄소배출량이 적거나 없는 연료로 전환하고, 비교적 탄소배출량이 적은 청정 제품 생산으로의 산업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또한 탄소저감 기술개발과 생산공정 구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및 금융지원과 탄소중립 연료의 생산과 보급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 지급 등과 같은 다양한 정책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국내 정유업계는 탄소중립이라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도전앞에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없이 수입되는 원유만으로 세계 5위의 정유능력과 세계 6위의 석유화학생산 위치를 유지하는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잠재력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화두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정유업계의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탄소중립 달성 방안도출을 위한 체계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 

 

 

태그

친환경항공유|온실가스배출|탄소중립|바이오항공유|ReFue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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